노동신문, 북미 회담 배석자는 언급도 안 해
태영호 “회담 결렬시킨 장본인 볼턴에 대단히 화났을 것”
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를 발 빠르게 전하던 북한 매체들이 정상회담 결렬 소식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대신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성과를 강조하며 성공한 외교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2일 베트남 방문 일정을 마치고 평양으로 출발한 사실을 3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숙소에 찾아온 베트남 당과 정부, 하노이시 간부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숙소를 출발했다”며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를 힘있게 과시하고 세기와 세대를 이어 변함없이 계승발전시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획기적인 사변”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방문결과에 대해 만족을 표시했고, 베트남 정부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1면에는 김 위원장이 전날 베트남 공식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호찌민 전 국가주석의 묘소와 베트남 전쟁영웅ㆍ열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는 사진을 관련 기사와 함께 실었다. 2면에는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 출발 전 동당역에서 환송을 나온 현지 주민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사진을 실었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도 김 위원장이 베트남 일정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반면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28일 북미 양국 정상이 합의문 서명 없이 회담을 마친 데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북미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 나가기로 했다.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며 작별인사를 나누었다”고 전한 것이 전부다.
한편 신문은 지난 1일 보도에서 확대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배석자 명단을 밝히지 않았다. 북한 매체가 전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교만찬 소식을 전하면서 배석자를 언급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당시 확대회담에 배석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슈퍼 매파’로 불린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 2일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은) 회담을 결렬시킨 장본인이 볼턴이라고 대단히 화가 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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