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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판 안 깨려… 키리졸브ㆍ독수리훈련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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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판 안 깨려… 키리졸브ㆍ독수리훈련 종료

입력
2019.03.03 19:00
수정
2019.03.03 22: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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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훈련 규모 축소 합의… 북한 자극 자제ㆍ트럼프 돈 계산 맞아 떨어져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미 연합훈련의 대명사였던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 훈련(FE)이라는 이름의 훈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KR 연습은 ‘동맹’ 연습으로 명칭을 바꾸고 규모를 축소해 실시하고, 야외 실기동 연합ㆍ합동훈련인 FE는 소규모 부대 단위로 조정ㆍ시행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어색해진 북한을 자극하지 않되, 안보 상황 대비태세는 유지하자는 기조가 반영된 결정이라는 평가다.

국방부는 3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대행이 전날 오후 10시부터 45분간 전화 통화를 통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두 장관이 한국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주한미군사령관이 건의한 연합연습 및 훈련에 대한 동맹의 결정을 검토하고 승인했다”며 “한미 국방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한국 합참과 한미연합군사령부도 이날 “‘동맹’(alliance) 연습을 4일부터 12일까지(휴일 제외)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합참은 “동맹 연습은 KR 연습과 FE를 조정해 한반도에서의 전반적인 군사작전을 전략ㆍ작전ㆍ전술 분야에 중점을 두고 시행할 것”이라며 “한미 양국이 긴 세월 동안 유지한 파트너십과 대한민국 및 지역적 안정을 방어하기 위한 의지를 강조하는 연합지휘소 연습”이라고 설명했다.

‘주요한 결의’라는 뜻의 KR 연습은 한미 연합사령부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워게임’(군사훈련)으로, 연합 방위태세 점검과 북한 도발로 전쟁이 발생했을 때를 상정한 연합전구급 지휘소연습(CPX)이다. 1976년 ‘팀 스피릿’(Team Spirit)을 시작으로 연합전시증원(RSOI) 훈련을 거쳐 2008년부터 키리졸브라는 이름으로 실시된 연습엔 우리 국방부, 육ㆍ해ㆍ공군 작전사령부, 국방부 직할ㆍ합동 부대와 한미 연합사령부ㆍ주한미군사령부, 태평양사령부 등이 참가했다.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잠수함 등 전략자산이 전개됐지만 올해는 참가하지 않는다.

야외 실기동훈련인 FE는 2002년부터 훈련 효율성 제고와 전투력 향상을 위해 KR 연습의 전 모델인 RSOI 연습과 통합해 시행했다. 최근 연합기동훈련, 해상전투단훈련, 연합상륙훈련, 연합공격편대군훈련 등 한미 연합작전과 후방지역 방호작전 능력 배양이 목표였다. 이번 조정으로 이달부터는 대대급 이하 소규모 부대 단위별로 연중 상시 실시한다. 두 훈련이 축소ㆍ조정됨에 따라 매년 8월 실시하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도 이름을 바꾸고 규모도 조정될 전망이다.

한미 군 당국의 이런 결정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긴 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실험이나 탄도 미사일 실험 중단 상황을 유지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북한을 쓸데없이 자극해 긴장이 조성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워게임(군사훈련)은 어떤 단계에서는 필요하고, 또 어떤 단계에선 그렇지 않다”며 연합훈련 유예 또는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던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 군당국은 한미 연합군의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하게 하고, 한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한미 양국군, 연합사령부, 유엔군사령부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 장관과 섀너핸 장관대행은 조만간 직접 만나 공조와 협력 강화에 대해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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