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국방당국은 올해부터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이란 이름의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대행은 지난 2일 전화통화를 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대신 키리졸브 연습은 ‘동맹’이란 명칭으로 4일부터 일주일간 실시하고, 독수리훈련은 명칭 없이 소규모 부대위주 훈련으로 연중 실시될 예정이다. 한미연합훈련의 명칭도 바꾸고 규모도 축소해 실시한다는 얘기다.
한미 군당국의 결정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으로 보인다. 특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별 성과없이 끝난 가운데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양국 국방당국이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군사적 신뢰구축은 필수적이다. 북미간 군사적 긴장완화가 전제돼야 협상이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마당에 한미가 대규모 연합훈련을 계속할 경우 판이 깨질 우려가 크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군사훈련은 내가 오래 전에 포기했다. 할 때마다 1억 달러의 비용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한미훈련을 동맹 차원이 아닌 비용의 문제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의 적절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그가 연합훈련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만은 틀림없다. 조만간 시작될 내년도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도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미훈련 축소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보 태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훈련 공백이 전시작전권 전환과 맞물려 한미 연합방위 능력의 실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과 갈등 수위를 고조시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훈련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한미 군당국은 훈련 공백 보완과 전시작전권 전환 검증을 위한 별도 훈련을 마련해놓았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해 보다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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