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이 이달 중순부터 전국 10개 직영점에서 16시간 단축 영업을 시험 실시키로 했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일손부족에 허덕이는 가맹점 점주들의 어려움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그간 고수해 온 ‘24시간 영업’ 방침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일본의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본사와 상의를 거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맹점의 24시간 영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손부족의 영향으로 시급을 높게 책정해도 심야에 일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를 구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점주들이 영업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기는 오사카(大阪)부 히가시오사카(東大阪)의 한 세븐일레븐 가맹점주가 일손부족에 시달리던 끝에 지난달 1일부터 새벽 1~6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공지한 것이었다. 세븐일레븐 본사는 계약 해지는 물론, 1,700만엔(약 1억7,000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가맹점 점주들의 모임인 ‘편의점 가맹점 유니온’이 지난달 27일 세븐일레븐 본사를 방문해 면담을 요구하고 기자회견을 열면서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
가맹점 점주들과의 교섭에 응하지 않던 세븐일레븐 측은 비판 여론을 의식, 일부 직영점을 대상으로 오전 7시~오후 11시 영업을 하고 심야시간에는 문을 닫는 시험에 나섰다. 수개월간 이를 진행해 본 뒤, 매상 및 인건비 절약에 미치는 영향과 고객 반응 등을 분석해 24시간 영업 방침의 수정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그간 단축영업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일손 부족을 겪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본부 직원이 점주 업무를 대행하거나 인력 파견회사를 통해 파트타임 근로자를 보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반면 로손은 1만5,000여개 점포 중 40곳에서 점주의 의향에 따라 영업 시간 단축을 인정하고 있다. 패밀리마트는 일부 시험 영업을 실시한 적이 있으나, 심야시간 영업 단축에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다수 편의점 점주들은 세븐일레븐 측의 단축영업 시험을 환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시험 영업이 가맹점이 아닌 본사 직영점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그야말로 ‘시험’만 해 본 뒤 결국에는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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