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2018년 실태조사
여성근로자 14% “성희롱 경험”
10명 중 8명 “참고 넘어갔다”
지난 3년간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여성 근로자 비율이 14%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0명 중 8명 이상이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고, 회사에 성희롱 사건으로 정식으로 접수된 경우에도 피해자만 회사를 떠났다는 응답이 16%였다. 전체 성희롱 피해자 중 28%는 주변에서 피해 사실에 대해 공감은커녕 오히려 의심을 받는 등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런 통계 결과를 담은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되고 있다. 여가부는 공공기관 400곳과 민간사업체 1,200곳의 성희롱 업무 담당자 1,600명, 일반 직원 9,304명을 상대로 지난해 4~12월 조사를 실시했다.
◇성희롱 피해 경험 6.4%→8.1%
지난 3년간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은 8.1%로, 여성은 14.2%, 남성은 4.2%였다. 이는 2015년 실태조사 당시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 6.4%(여 9.6%ㆍ남 1.8%)보다 1.7%포인트 오른 결과다. 조사에 참여한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투(#Me Too) 운동 이후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과 민감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8년 조사에서 피해자들이 경험한 성희롱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5.3%ㆍ복수 응답),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3.4%),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2.7%), 가슴이나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보는 행위(1.5%) 순으로 많았다.
성희롱 발생 장소로는 회식 장소가 43.7%로 절반에 가까웠다. 사무실 내(36.8%)에서도 성희롱이 자주 발생했다.
성희롱 행위자는 상급자(61.1%), 동급자(21.2%), 고객ㆍ민원인 등 외부인(9.3%) 순으로 많았다. 행위자 성별은 남성이 83.6%, 여성이 16.4%였다.
◇‘참고 넘어갔다’는 피해자 82%
성희롱 피해에 대한 대응 방식을 일반 직원에게 물은 결과 ‘참고 넘어간다’는 응답이 81.6%로 가장 많았다. ‘동료에게 알리고 의논한다’(8.6%), ‘성희롱 행위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개인적으로 처리했다’(6.9%)는 답변이 뒤를 이었으나 이 역시 공식 절차를 통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상급자에게 알리고 조치를 상의한다’, ‘사내 기구를 통해 공식 신고한다’는 답변은 각각 1.1%, 0.8%에 그쳤다.
성희롱 피해를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9.7%),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1.8%),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30.2%), ‘소문ㆍ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12.7%) 속으로 삭이고 말았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는 피해 경험을 지지해 주지 않는 주변 동료들의 태도가 한 몫을 한다. 성희롱 피해 경험자 중 2차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27.8%였다. 2차 피해 유형별로는 ‘주변에 피해를 말했을 때 공감이나 지지 받지 못하고 의심 받거나 참으라는 얘기를 들었다’(23.8%ㆍ복수 응답), ‘부당한 처우에 대한 암시,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발언 등으로 성희롱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 했다’(8.4%), ‘기관장이나 상급자가 조사 과정에서 행위자 편을 들거나 불공정하게 진행했다’(4.6%)는 응답이 많았다.
◇성희롱 조치 결과 ‘당사자간 합의’가 최다
성희롱 행위자와 피해자에 대한 회사의 조치는 어땠을까. 성희롱 업무 담당자 설문 결과 행위자에 대한 조치 결과로는 당사자간 합의가 32.2%로 가장 많았고, 특별한 조치 없음(19.6%), 재발방지교육(13.8%), 경징계(12.3%), 중징계(10.5%) 순이었다. 피해자 조치 결과는 당사자간 합의가 역시 27.8%로 가장 높았고 이어 특별한 조치 없음(26.9%), 성희롱 행위자와 피해자의 물리적 공간 분리(24.7%), 2차 피해 방지(15.4%) 등이 뒤를 이었다.
정식 처리 절차가 진행된 성희롱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와 행위자 둘 다 회사에 재직 중인 비율이 62.7%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피해자만 다니고 있고 행위자는 퇴사한 경우는 19.5%였다. 행위자만 다니고 있고 오히려 피해자가 퇴사한 비율도 15.5%나 됐다.
직장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성희롱 업무 담당자들은 성차별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가장 많이(31.8%) 꼽았다. 이어 행위자에 대한 공정한 처벌이 19.3%였고, 업무상 불이익 등 2차 피해 방지가 8.6%, 고충상담 창구 홍보 강화 및 상담 활성화가 7.5% 기관장(사업주)이나 관리자의 성희롱 예방 및 재발방지에 대한 의식 고취가 7.3%로 나타났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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