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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의 의의

입력
2019.03.0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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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제9차 전체회의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제도 개선 관련 합의 도출에 성공했다. 이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공식 출범 이후 성사된 첫 합의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노사정 대화가 우리 사회의 갈등과 과제를 해소하는 새 도구로 정착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각 당사자들이 고위급 협의 틀 등과 같은 다양한 대화 형식을 통해 서로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려 노력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위 전체회의에서 노사정은 최대 6개월을 단위기간으로 삼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새로 도입하기로 합의했다(현행 근로기준법은 2주 및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두고 있다). 그리고 단위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두는 것을 의무화하고, 근로자의 임금이 낮아지는 걸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을 위해선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함은 현행 제도와 같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본질은 법정근로시간의 단위를 ‘1일 8시간, 1주 40시간’에서 연장하고, 일정 단위기간에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0시간을 넘지 않으면, 법정근로시간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근로자가 특정한 날 또는 특정한 주(週)에 오랜 시간 동안 일한 경우, 사용자는 다른 날 또는 주(週)에 그 시간만큼 해당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줄여야만 한다. 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시간 보상’을 통해 총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유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연장근로와 구별된다. 연장근로제는 시간외근로수당이라는 금전 보상을 통해 총 근로시간을 확대하는 것인 반면(근로자는 금전적 보상을 받고 그 만큼 일을 더 하게 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 시점에 늘어난 근로시간만큼을 다른 시점에 줄여(시간 보상) 총 근로시간은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듯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근로시간의 단축 또는 유지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법정근로시간 단축 입법 과정에서 함께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개정 근로기준법은 1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 +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확정함과 동시에, 정부에게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지난 달 합의는 이러한 근로시간법제 개정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고, 그것이 이 노사정 협의가 시작된 근거이다.

문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이 확대될 경우 근로자의 생활이 불안정해지고 휴식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의식에 비춰볼 때, 이번 합의에서 근로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직접적으로 휴식시간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근로자가 기업에 머무는 시간이 장기화되거나 연장근로가 장시간화되는 걸 막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근로시간을 줄여 근로자의 휴식시간을 확보하는 간접적 방식을 택하고 있으나, 이 방식이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연속 휴식시간제가 근로자의 휴식 확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한편, 일부 노동계는 6개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 요건으로 합의된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를 문제 삼고 있다. 즉 선출 요건 등이 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자의 뜻대로 근로자대표가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법 학계가 오랫동안 지적한 근로자대표제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근로자대표 사안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국한된 쟁점이 아니므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서 별도 논의를 거쳐 개선책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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