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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연습생 신화’ 아이돌의 인기 조작 논란에… 집계 방식 바꾼 웨이보

입력
2019.03.03 16:03
수정
2019.03.03 19: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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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 '우상연습생'에서 1위를 차지해 일약 최고 인기스타에 오른 아이돌 가수 차이쉬쿤(蔡徐坤). 웨이보캡처
지난해 중국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 '우상연습생'에서 1위를 차지해 일약 최고 인기스타에 오른 아이돌 가수 차이쉬쿤(蔡徐坤). 웨이보캡처

“스타들의 무분별한 경쟁이 사회를 좀먹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을 방문한 지난달 25일, 중국은 초대형 스타의 가짜 인기 논란으로 들썩였다. 중국 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는 공고를 통해 “인터넷 플랫폼으로서 정상적인 사용자 수와 트래픽을 더 이상 산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팬들이 악성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웨이보는 리트윗, 좋아요, 댓글의 수가 상한선을 넘어서면 일괄적으로 ‘100만+’로 표기하기로 했다. 댓글을 1,000만개 달든, 1억개 달든 모두 똑같이 ‘100만+’로만 나타나는 것이다. 14억명에 달하는 중국 인구를 감안하면 어떤 스타의 인기가 더 많은지 SNS에서는 제대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셈이다.

한번이라도 더 클릭하려는 극성 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웨이보가 끝내 두 손을 든 원인으로 가수 차이쉬쿤(蔡徐坤)이 지목됐다. 지난해 중국판 ‘프로듀스 101’인 리얼리티 프로그램 ‘우상연습생’에 나와 우승하면서 일약 연습생 신화로 주목 받은 아이돌이다.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TV를 켜거나, 심지어 퇴근길 전철에서도 언제든 그와 마주칠 수 있을 만큼 불과 반년 만에 중국인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한국에서 그룹 EXO의 멤버를 거쳐 중국으로 돌아와 최고 스타로 연예계를 장악한 가수 루한(鹿晗)의 인기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문제는 인기 폭발을 넘어 광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차이쉬쿤이 신곡을 내놓으면 웨이보 계정 3억3,700만개 가운데 3명 중 1명꼴로 순식간에 그와 관련된 게시물을 리트윗한 것으로 집계되곤 했다. 한국 전체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1억 명 이상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얘기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수치다.

이에 IT전문가들은 “기계로 팬을 조작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의미다. 스타들의 SNS 조회수는 인기의 척도일 뿐만 아니라 숫자 자체가 수입과 직결된다. 광고 촬영이나 드라마 출연으로 편당 수백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으니 SNS를 점령하기 위해 돈을 쏟아붓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 인터넷에서 10위안(약 1,700원)이면 400명의 가짜 팬을 만들 수 있다. 그나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3년 전에는 5위안(약 850원)을 주고 1,000명의 팬을 거래하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오른 셈이다.

차이쉬쿤을 좋아하는 팬들조차 “그가 싫은 게 아니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인기조작이 싫다”며 정부 방침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올해 중국의 정책 방향을 밝히고 민심을 다잡아야 하는 양회를 앞두고 정부가 칼을 빼 들자 “가짜라고? 차이쉬쿤 팬이 얼마나 많은데 1억명이 대수일까”라며 저의를 의심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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