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규 대한간암학회 회장(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 ‘간암’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주인공이 등장한다. “나 언제 죽느냐?”는 간암 환자인 주인공의 질문에 의사는 치료만 잘 받으면 살 수 있다고 안심시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간암은 이렇게 낙관적인 답을 하기 힘든 암이었다. 모든 암의 5년 상대 생존율(70.6%)에 비해 간암의 5년 생존율은 34.3%로 낮은 편에 속한다. 비교적 초기에 발견해 절제술을 시행하더라도 5년 내 재발률이 50~70%로 높다. 특히 경제활동이 활발한 40~50대에서 사망률이 높아 환자와 보호자의 질병 부담도 심각한 질환이다.
이처럼 매우 힘든 암이지만, 최근에는 적기에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다. 영상의학 발전으로 인한 조기 진단 사례의 증가, 새로운 항암제 개발 등으로 간암 생존율은 꾸준히 늘어나 10년 전과 비교해 5년 생존율은 24%포인트나 증가했다.
그래도 여전히 생존율이 낮은 편에 속하는 간암의 가장 중요한 치료목표는 ‘생존 연장’이다. 간암 환자의 생존 연장을 위한 치료법은 일반적으로 환자의 간 기능 상태나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 등에 따라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림프절 전이, 폐나 뼈 등 다른 부위로 전이됐거나, 간절제술이나 경동맥화학색전술 등 여러 치료법을 사용했음에도 암이 진행됐다면 표준 치료법으로 표적항암제가 사용된다.
표적항암제는 간암세포 증식 및 발달과정에 필요한 단백물질이 활성화되는 과정을 방해하는 약물로 최근 발전이 두드러진다. 10년 이상 진행성 간암 환자에 사용된 1차 표적 치료제는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위약군 대비 생존율을 44%까지 향상시키고, 226명의 한국, 중국, 대만 진행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도 위약군 대비 유의한 생존율 개선을 보였다.
덧붙여 최근 새로운 2차 표적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진행성 간암 치료 경향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2년 전만 해도 1차 표적 항암 치료에 실패한 환자는 다음 치료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2차 표적항암제가 새로 개발되면서 생존기간이 연장됐다.
2차 표적항암제의 대규모 임상연구에 따르면 진행성 간암 환자에서 1, 2차 표적항암제를 적기에 연속적으로 사용했을 때 1년 생존율은 82%,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26개월로 나타났다. 기존 1차 치료제만 사용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10.7개월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생존기간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간암의 5년 상대 생존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표적항암제 등 간암 치료의 효과를 더욱 돕기 위해 환자 스스로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체력을 튼튼하게 관리ㆍ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비만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간암 발생률이 1.69배, 이로 인한 사망률은 1.61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평소 걷기 등 체력에 무리가 없는 운동을 1주일에 세 차례 이상, 최소 30분 동안 실천하는 것이 좋다. 또한,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탄수화물, 단백질 등 영양분을 고르게 섭취하고, 비타민이나 무기질 섭취를 위해 끼니마다 채소나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되, 환자 상태에 따라 소화가 어렵거나 복부 팽만감이 있는 경우 소량으로 나누어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진단과 치료의 발전과 더불어 간암에 대한 조기 진단 및 치료를 독려하는 활동도 간암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일로 대한간암학회가 매진하고 있다. 올해 대한간암학회는 출범 20년을 맞았다. 그 동안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조기 진단ㆍ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간암의 날’을 정하고 간암 진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등 환자 생존율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노력에 발맞춰 많은 진행성 간암 환자들이 장기 생존에 희망을 갖고, 1, 2차 연속 표적 치료제를 통해 더 오래 건강한 삶을 누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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