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을 중ㆍ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30~40대 젊은 층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률이 26.9%이고 30대는 11.3%, 40대는 19.2%의 유병률을 보여 ‘젊은’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2017년 국민영양조사). 2007년(30대 7.5%, 40대 15.7%)에 비해 10년 만에 7.3%포인트나 늘었다. 다른 연령대에선 유병률이 비슷하거나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젊은 고혈압 환자의 상당수는 고혈압이 있어도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치료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또 30~40대는 주위 환경조차 고혈압에 취약한데, 경제활동에서 오는 스트레스 피로 술 담배 등에 많이 노출돼 있다.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는 “30~40대 고혈압 환자는 젊다는 이유로 치료를 소홀히 하고, 병에 관심 없는 사람이 많다”며 “게다가 바쁜 경제활동으로 스트레스ㆍ피로는 달고 살면서도 제대로 운동하지 않아 더 문제”라고 했다.
젊다는 이유로 고혈압 관리에 소홀히 하면 크게 문제될 수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오래되면 심ㆍ뇌혈관질환 합병증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고혈압약 복용을 외면하고, 나쁜 생활습관이 더해지면 혈압이 더 오르면서 조절하기 어려워져 심근경색ㆍ뇌경색ㆍ뇌출혈 같은 치명적인 심ㆍ뇌혈관질환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심ㆍ뇌혈관질환은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발병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에 더 위험하다. 실제 응급실을 찾는 젊은 심ㆍ뇌혈관질환 환자 가운데 고혈압인지 몰랐거나 알면서도 치료 받지 않은 사람이 많다.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전문의를 찾아 혈압을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젊은 고혈압 환자가 고혈압약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약 먹을 필요가 없다고 여기거나, 고혈압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고혈압 진단 후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손 교수는 “고혈압은 생활습관 개선 등 비약물치료가 초기 치료의 기본이고, 혈압 조절이 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고려한다”고 했다. 그는 “고혈압 진단 후 유산소 운동, 건강한 식단, 체중감량, 금연, 절주 등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혈압이 잘 조절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고혈압 등 심ㆍ뇌혈관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최근 일정 간격으로 측정한 혈압이 꾸준히 135/85㎜Hg를 넘는다면 일단 고혈압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정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지만, 측정 혈압이 매우 높고 두통ㆍ어지럼증ㆍ호흡곤란 등 다른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서 상담 받는 것이 좋다.
고혈압 예방은 적극적 유산소 운동, 저염식, 채소 위주 식사, 체중감량, 금연, 절주 등 건강한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가능하다. 젊은 층은 고혈압과 심ㆍ뇌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고, 흡연,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심ㆍ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다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더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고혈압 예방 수칙]
1.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다.
2. 살찌지 않도록 알맞은 체중을 유지한다.
3. 매일 30분 이상 운동한다.
4. 금연하고 술은 삼간다.
5. 지방질을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한다.
6. 스트레스를 피하고 마음을 평온히 유지한다.
7. 혈압을 정기적으로 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