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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노딜 카드’ 조짐에도,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은 낙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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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노딜 카드’ 조짐에도,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은 낙관만

입력
2019.03.02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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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간 ‘톱다운 협상’ 즉흥적인 트럼프 리스크 간과 

 북미 정상 회담 전날 이견에도 “최소한 스몰딜” 안이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과 달리 결렬로 끝나면서 제재 완화 합의를 전제로 남북 간 대화와 경제협력을 본격화 하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신(新)한반도체제로 담대하게 전환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다”는 1일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이 상황을 앞서나간, 그야말로 말의 성찬으로 그치게 된 대목은 뼈아프다. 정상 간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는 ‘톱다운 협상’에 내재된 리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즉흥성에 기인한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를 간과하고 낙관론에 기댔던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회담 개최 전부터 ‘노 딜’(협상 결렬) 카드를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회담이 끝난 직후 필리핀 방문을 위해 전용기 편으로 이동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같은 나라는 최고 지도자가 큰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며 “이번 결과(결렬)의 가능성도 준비돼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 등은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기류를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비핵화 상응 조치와 관련해 접점이 전혀 안 찾아졌다”고 판단하면서도 ‘노 딜’ 가능성에 무게를 싣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외교안보라인은 전날 북미 정상이 단독회담에서 협상 속도를 놓고 미묘하게 이견을 드러내는 등 전조가 나타났을 때까지도 협상 결렬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백악관이 하노이 북미 공동선언 서명식 일정까지 미리 공개한 만큼 최소한 ‘스몰 딜’은 이뤄지지 않겠냐고 안이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시간이 변경되고 정상 간 오찬이 취소되는 파국이 있기 불과 30여분 전 정례브리핑에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대화가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것도 청와대 내에 근거 없는 낙관론이 얼마나 퍼져 있었는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회담 상황을 복기해보면 북미 확대정상회담 테이블에 대표적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앉았을 때 이미 파국의 주사위가 던져진 상황이었다. 비록 우리가 북미 회담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라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차원에서는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가 2차 북미회담 결과가 확정되기도 전해 성급하게 후속 준비부터 나선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이 한창인 상황에서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정책을 실무 총괄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1ㆍ2차장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김현종 신임 국가안보실 2차장이 남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아이디어를 냈던 인물인 만큼 남북 경협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지만 분초를 다툴 만한 인사는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의 집사 출신인 마이클 코언 변호사의 미 하원 청문회가 예정돼 있었던 점을 간과한 것은 청와대가 정무적 판단에 실패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상황을 고려해 위기 탈출용 카드로 북미협상 판을 전략적으로 깰 수 있다는 전망이 없지 않았던 만큼 좀 더 냉철하게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협상 상황을 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하노이=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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