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ㆍ독도 언급 없이 “친일잔재 청산도 미래지향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1일 3ㆍ1절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일협력을 강조했다. 친일 잔재 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에 방점을 두긴 했지만 지난해 기념사와 달리 위안부 피해자와 독도 문제 등 일본이 민감해 하는 이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당면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한일 관계 경색이 우리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를 시작하면서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며 “잘못된 과거를 성찰할 때 우리는 함께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제 와서 과거의 상처를 헤집어 분열을 일으키거나 이웃 나라와의 외교에서 갈등 요인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친일잔재 청산도, 외교도 미래 지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미독립선언서에 담긴 내용도 사실상 인류 평화를 위한 메시지였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양국이 갈등보다는 평화를 위해 협력해야 할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역사를 거울삼아 한국과 일본이 굳건히 손잡을 때 평화의 시대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말로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대해선 에둘러 비판했다. “힘을 모아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할 때 한국과 일본은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자세를 완곡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3ㆍ1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는 강경 발언과 비교하면 발언 수위는 크게 낮아졌다. 문 대통령은 당시 ‘독도는 강점 당한 우리 땅’, ‘제국주의 침략’, ‘반인륜적 인권 범죄’ 등 일본 정부를 겨냥한 고강도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양국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전략적 협력을 이루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돼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을 설득할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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