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귀국일정을 앞당겼다. 북한 지도자로는 55년 만에 베트남을 찾았지만,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담판이 소득 없이 끝나자 예정보다 일찍 귀로에 오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1일 하노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일 낮 동당역에서 북한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당초 이날 오전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과 차례로 면담을 가질 계획이었지만 베트남 측의 양해를 얻어 일정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즉 1일 오후 국가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서열 2, 3위 지도자들과의 회담 일정을 모두 소화했으며, 일정 조정을 통해 출발 시간을 당초 보다 2시간 가량 앞당긴 것이다.
북미 2차회담 성공을 전제로 마련된 당초 일정에는 김 위원장이 1일에는 베트남 정치 지도자만 면담하고, 나머지 지도자들은 2일 오전에 만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공산당 당서기장을 정점으로 국가주석(외교, 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분점, 집단 지도체제를 갖추고 있는 베트남은 해외 정상이 국빈 방문할 경우 4명의 지도자를 차례로 만나는 게 관행이다. 다만 이번에는 지난해 쩐 다이 꽝 주석 별세 이후 당서기장이 이 자리를 겸하고 있어, 세 차례의 면담으로 끝이 난다.
한편 김 위원장은 1일 오후 베트남 측의 공식환영 행사와 정상회담을 위해 나서기까지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 두문불출했다. 김 위원장 수행단원들이 앞서 인근 산업단지와 관광지 등을 둘러보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직접 시찰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북미가 비핵화 및 상응조치라는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만 확인하고 공동성명도 없이 헤어진 상황에서, 공개 행보는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는 베트남측의 공식 환영 행사를 시작으로 지도자 면담에 들어갔다. 이어 베트남 지도부와 환영만찬을 진행한 뒤, 하노이에서 4번째 밤을 맞은 뒤 2일 아침에는 호찌민 전 주석 묘소 등에 헌화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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