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음주 시점, 항해기록저장장치 등 수사
부산 광안대교에 충돌한 러시아 화물선 선장 등 선원들이 경찰 조사에서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해경은 업무상과실선박파괴, 해사안전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선장에 대해 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해양경찰서는 1일 "씨그랜드호 선장의 음주운항 여부를 추궁하자 '광안대교를 충돌한 이후에 술을 마셨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먼 바다 쪽이 아닌 해안 쪽으로 항해하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운항 경로에 대해 물어도 '모르겠다'는 진술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조타기를 잡았던 것으로 확인된 조타사 역시 운항 경로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사고 선박에는 모두 15명의 러시아인 선원들이 승선했으나 이들 모두 구체적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화물선 내 항해기록저장장치(VDR)와 방범용 카메라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해경은 사고 전 음주 상태였던 선장이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항로변경이나 후진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해경이 사고 후 화물선에 정선 명령을 한 후 선장의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0.086%로 나왔다. 해상 음주운전 입건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다. 해경은 선장이 술을 마신 시점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조타실에 있던 항해사 B씨와 조타사 C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조타실을 총괄하고 선박 운항을 책임져야 하는 선장이 술을 마신 것은 음주 운항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씨그랜드호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23분쯤 정박 중이던 요트 3척과 부딪친 후 운항을 계속하다 부산 광안대교 하판 교각을 들이받았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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