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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3ㆍ1절 기념사 “빨갱이 색깔론은 청산해야 할 친일 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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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3ㆍ1절 기념사 “빨갱이 색깔론은 청산해야 할 친일 잔재”

입력
2019.03.02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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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념 갈등, 일제가 민족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 

 ‘평화’ 단어 30번 사용,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속 의지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제100주년 3.1절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제100주년 3.1절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ㆍ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1일 우리 정치와 사회 일각에 만연해 있는 이념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이념 갈등은 일제가 독립군과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기 위해 우리 민족에 심어 놓은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던 ‘5ㆍ18 망언’ 사태 등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3ㆍ1절 기념사에서 공산주의자를 일컫는 ‘빨갱이’라는 말이 일제가 민족을 갈라 놓기 위해 만든 수사라고 지적했다. 독립운동가를 일종의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3ㆍ1절 기념사에선 식민지배 과오에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직접 겨냥했다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이날은 일제가 심어 놓은 이념 갈등을 청산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먼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이념 갈등을 크게 경계했다. 그는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라며 “해방 후에도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도구가 됐다”고 말했다. 또 해방 이후 벌어진 양민학살과 간첩조작,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에도 이런 이념의 프레임이 씌어지면서 이들을 사회적으로 낙인 찍은 과거를 반성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에도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우리가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라고 규정했다. 또 이런 친일잔재 청산을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는 사회통합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공화국을 이룩해 온 지난 100년을 기억하되 향후 100년을 “과거의 이념에 끌려 다니지 않고 새로운 생각과 마음으로 통합하는 100년”으로 삼자는 취지다. 또 문 대통령이 이념갈등 해소를 한반도 평화를 조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우리 마음에 그어진 ‘38선’은 우리 안을 갈라놓은 이념의 적대를 지울 때 함께 사라질 것”이라며 남북 간에 쌓인 적대 관계를 해소하자는 뜻도 밝혔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돼 문 대통령에게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이 더 강조되는 시기인 만큼 이념갈등 해소는 향후 남북 평화 이슈에 동력이 될 수 있기도 하다.

이날 오전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광화문 행사장에 나타난 문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결연함이 묻어났다. 전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음에도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평화’라는 단어를 30번 사용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독립’이라는 단어는 25번, ‘국민’이라는 표현은 18번 썼다.

이날 기념사에 앞서 문 대통령은 유관순 열사에 대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유관순 열사의 조카인 유장부 선생이 훈장증을 대신 받았고, 추서판은 유관순 열사가 다닌 이화학당 100년 후배인 이화여고 2학년 윤수진 학생이 대신 받았다. 문 대통령은 유장부 선생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문화공연을 보면서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행사 후반부 참석자들이 함께 ‘만세삼창’을 외친 문 대통령은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비행운으로 하늘에 태극무늬를 그리는 모습을 지켜 본 뒤 행사가 종료되자 여야 5당 대표들과 악수를 하고서 식장을 떠났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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