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영향도… 대책 마련 비상
우리 수출이 세 달 연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11.1% 줄어 감소 폭까지 컸다. 반도체 수출이 크게 위축된 데다, 미ㆍ중 무역갈등으로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가속화하면서 수출이 좀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서둘러 수출 활력 제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395억6,000만달러, 수입은 364억7,000만달러로 작년 2월과 비교해 각각 11.1%, 12.6% 줄었다고 1일 밝혔다. 수출 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는 30억9,800만 달러로 85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무역 흑자가 월평균 59억 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셈이다.
수출 감소율은 지난해 12월 -1.2%, 올해 1월 -5.8%에 이어 지난달엔 두 자릿수로 커졌다. 수출이 10% 이상 감소한 건 2016년 7월(-10.5%) 이후 처음이고, 3개월 연속 줄어든 건 2015년 1∼3월 이후 47개월만이다.
그간 효자 노릇을 해온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 수출액이 급감한 탓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67억7,300억 달러를 기록, 작년 2월보다 24.8%나 줄었다. 8기가 D램 가격이 같은 기간 9.3달러에서 5.9달러로 줄어드는 등 메모리 단가 하락이 계속 되는데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의 영향도 컸다.
석유화학 수출 역시 14.0% 감소한 28억5,500만 달러에 그쳤다. 국제 유가가 올랐지만 미국의 석유화학제품 공급 물량 증가로 단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해 2월 톤당 1,322달러였던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지난달 톤당 1,180달러로 11.4% 줄었다. 우리 석유화학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의 수요 감소도 한 몫했다.
설 연휴 등으로 작년보다 조업일수가 0.5일 줄어든 것도 2월 수출 부진에 일부 영향을 줬다. 지난달 하루 평균 수출액은 작년 2월보다 8.8% 감소했다. 여기에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의 27%를 차지했던 중국 수출이 지난달엔 17.4%나 줄었다.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중국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그나마 13대 주력 수출품목 중 자동차(2.7%)와 일반기계(2.7%), 철강(1.3%) 등의 수출이 소폭 늘었고, 신성장 산업인 전기차(92.4%), 바이오ㆍ헬스(24.5%), 2차전지(10.7%), 유기발광다이오드(OLEDㆍ7.9%) 수출이 크게 늘어난 건 성과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최근 대외 수출여건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1월부터 범정부 역량을 모아 수출기업과 함께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현장의 애로사항과 수출기업의 건의사항을 바탕으로 오는 4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수출기업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 1월 민간 수출기업들이 참석한 민ㆍ관 합동 수출전략회의를 연 뒤 수출통상대응반, 수출활력촉진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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