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캐스팅 1순위는 아니었다. TV드라마 ‘미스터 로봇’으로 2016년 에미상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 전에는 할리우드가 눈여겨보는 배우도 아니었다.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다.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보컬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아 달라는 러브콜이었다. 견고한 턱선이 머큐리를 닮았다는 이유였다. 라미 말렉 이야기다.
톡톡 튀는 듯한 걸음걸이와 마이크를 쥐는 방법, 독특한 억양과 아주 사소한 습관까지, 말렉은 머큐리를 ‘환생’ 수준으로 완벽하게 표현했다. 머큐리를 그리워한 전 세계 팬들이 열광했다. 한국에서만 994만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퀸 신드롬’이 사회 현상으로 떠올랐다.
말렉은 제76회 미국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제25회 미국배우조합상, 제72회 영국 아카데미상(BAFTA)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마침내 제91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주연상까지 정복했다. 트로피를 품에 안은 말렉은 감격에 젖었다. “성소수자이자 이민자였으며 당당하게 삶을 살았던 한 남자에 대한 영화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나 역시 이집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지금 이 순간 내 이야기도 새롭게 적히고 있다.”
말렉의 눈길이 객석을 향했다. 배우 루시 보인턴이 있었다. 보인턴은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머큐리의 옛 연인이자 영원한 뮤즈인 메리 오스틴을 연기했다. 두 사람은 영화를 찍으며 사랑에 빠졌다. 말렉은 연인을 향한 고백으로 수상 소감을 마쳤다. “루시 보인턴, 당신은 이 영화의 중심에 있었어요. 당신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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