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 “관중과 상대 존중 없는 행동” 키리오스 “내 플레이 방식일 뿐”
페더러 ”언더서브는 전략” 키리오스 옹호
‘코트 위의 악동’ 닉 키리오스(72위ㆍ호주)가 언더 서브 논란에 휩싸였다. 세계랭킹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꺾으며 이변을 연출했지만,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경기 중 나온 언더 서브에 집중됐다.
키리오스는 28일(한국시간)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멕시코오픈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나달을 상대로 2-1(3-6 7-6<7-2> 7-6<8-6>) 역전승했다. 이날 키리오스는 서브에이스 21개를 솎아내며 ‘빅3’ 나달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3세트 경기였지만 두 번이나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하면서 3시간 3분이나 소요된 접전이었다.
논란의 장면은 3세트 중반에 나왔다. 나달이 서브 리턴을 위해 엔드 라인 뒤로 멀리 물러나자, 키리오스가 갑자기 야구의 ‘아리랑 볼’을 연상케 하는 초보자 수준의 서브를 넣은 것이다. 비록 서브가 라인 바깥으로 나가면서 득점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나달은 물론, 관중들도 황당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영상 주소는 https://twitter.com/TennisTV/status/1100977712095809536
승리가 확정되자, 키리오스는 코트에 누웠다 일어나며 관중들의 환호를 유발하는 등 악동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악수하는 두 선수 사이에도 냉랭함이 흘렀다. 나달은 ATP와의 인터뷰에서 “키리오스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할 재능이 있지만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이유가 다 있다”며 “관중과 경기 상대방, 그리고 본인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키리오스도 지지 않았다. 키리오스는 “그는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하나도 모른다”며 “이것은 나의 플레이 방식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람마다 자신의 게임이 있는 법이고 그것이 바로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프로테니스에서 언더서브를 구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마이클 창(47ㆍ미국)이 1989년 프랑스오픈 4회전 이반 렌들(59ㆍ미국)과의 경기 5세트에서 사용한 전설적인 언더서브가 아직도 회자될 정도다. 하지만 창의 언더서브는 오랜 시간의 혈투로 지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구사한 경우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7위ㆍ스위스)도 키리오스의 손을 들어줬다. 페더러는 두바이 듀티프리 챔피언십 8강전이 끝난 뒤 ATP와의 인터뷰에서 “언더서브는 경기 전략 중 하나”라며 “언더서브를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옹호했다. SPOTV 해설위원인 박용국 NH농협스포츠단 단장은 “순간적 상대를 속이는 서브 방식”이라며 “나쁘게 보면 비신사적일 수도 있지만 키리오스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존중해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투어에서 4차례 우승한 키리오스는 심판은 물론 상대 선수와도 종종 충돌을 빚으면서 '악동'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박용국 단장은 “키리오스는 럭비공 같은 선수”라며 “극심한 감정 기복만 잘 조절하게 된다면 차세대 선두주자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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