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외야수 김현수(31)는 LG 입단 2년 만에 주장 완장을 찼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학창 시절 통틀어 처음 소속 팀의 캡틴이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을 뛴 다음 국내로 돌아와 LG 유니폼을 입고 불과 한 시즌 만에 선수단의 높은 신임을 얻었다.
1일 LG의 2차 스프링캠프인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구장에서 본보와 만난 김현수는 “주장이라고 해서 시즌을 준비하는데 큰 차이는 없다”며 “선수들이 알아서 준비를 잘하고 있어 나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캠프 기간 불거진 일부 선수들의 카지노 출입과 음주 운전 파문 탓에 주장으로서 “제 불찰”이라며 책임을 통감했던 김현수는 오키나와로 건너오기 전 잠실구장에서 선수단 미팅을 통해 팀 분위기도 추슬렀다.
실전 위주의 2차 캠프에서 김현수가 동료에게 강조한 점은 ‘이기는 습관’이다. 김현수는 “선수들한테 많이 이기자고 했다. 이기는 것도 버릇을 들여야 한다”면서 “승리하려는 마음을 모두가 가지면 팀이 더 강해지고,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 시즌 김현수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는다. 지금의 김현수를 있게 만든 3번 타순에 수비 포지션도 좌익수 붙박이다. 지난해엔 외국인 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부상 이탈로 좌익수를 맡았다가 곧 1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익숙하지 않은 1루 수비를 보다가 9월 초 KT전에서 발목을 다쳐 일찍 시즌을 마친 불운도 겹쳤다.
하지만 올해는 새 외국인 타자로 거포 1루수 자원인 토미 조셉이 합류하면서 류중일 LG 감독은 김현수를 3번 좌익수로 고정할 계획이다. 김현수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1루수 미트를 가져왔지만 아직 단 한 번도 1루 수비 훈련을 하지 않았다. 류 감독은 “(김)현수가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자리에서 편하게 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김현수는 “좌익수로 돌아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난 어딜 나가도 상관없다”고 개의치 않았다. 이어 “부상은 내 잘못”이라며 “올해는 또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프로 생활 이후 처음으로 재활 훈련을 경험한 그는 “경기에 못 나가서 답답했다. 재활하는 선수들이 ‘정말 힘들겠구나’라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현수는 “LG에서 오래 있었던 선수가 아니라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박)용택이 형을 비롯해 (유)강남이, (정)찬헌이, (채)은성이, (오)지환이 등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며 주장 역할을 돕는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오키나와=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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