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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 한투 제재 논의 지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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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 한투 제재 논의 지연 까닭은

입력
2019.03.04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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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금융감독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투자증권(한투)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논의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당국은 “법리 보강에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인데, 시장에선 한투가 정부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정책의 핵심인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 받은 ‘1호 증권사’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당국이 제재 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한투 제재 안건에 대한 논의는 지난 1월 10일 회의를 끝으로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28일 제재심 회의에도 예상과 달리 한투 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 윤석헌 금감원장이 “제재심이 2월 안에 열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면서 지난달 말 결론이 날 걸로 관측됐지만, 금감원이 결정을 미룬 셈이다.

금감원은 제재 논의가 늦어지는 이유를 두고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안은 한투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최태원 SK 회장 개인에게 대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금감원은 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와 최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매개로 한 ‘경제적 동일체’로 보고 있다. 한투가 형식적으론 SPC에 자금을 대출했지만 실질적으론 최 회장 개인에게 대출한 것이며, 이는 발행어음 자금의 개인대출을 금지하는 자본시장법을 어긴 행위라는 논리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 대출로 볼 수 없다는) 일부 제재심 위원의 의견이 있어 과거 유사 사례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당대출 의혹뿐만 아니라 지난해 한투 종합검사에서 나타난 다른 제재 사항도 함께 다루려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도 금감원의 또 다른 해명이다.

금감원이 제재심에서 결론을 내더라도 국내 초대형 IB에 대한 처벌인 만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정례회의를 거쳐야 최종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관행적으로 금감원 제재심이 정한 제재 수위는 증선위나 정례회의에서 큰 변동 없이 확정돼 왔다. 그러나 증권사 발행어음을 통한 개인 대출은 처벌 전례가 없어 제재심 이후에도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제재가 금융투자업계의 영업 관행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결론이 뒤집히지 않도록 전력을 쏟아 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행어음 사업자인 NH투자증권을 비롯해 다른 증권사들도 이번 제재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TRS 거래 자체는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게 사실이지만, 발행어음 자금이 들어간 사례는 처음”이라며 “만약 SPC를 법인이 아닌 개인으로 보게 될 경우 앞으로의 영업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종사자는 “업계 파장이 크더라도 지금처럼 마냥 시간을 끌기보단 영업 사각지대에 대한 조치를 신속히 내리고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투 관계자는 “향후 일정에 대해 통보 받은 게 없다”며 “늦어지는 이유를 추측만 할 뿐, 기다리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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