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들은 1일 북미 정상들의 협상력 과신과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인식 차이로 2차 정상회담의 합의가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북미 협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빈손으로 귀국하게 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일정 정도의 정치적 상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날 “미국은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경제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견지하면서 영변 외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다”며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요구한 영변 외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탄도미사일 폐기 또는 핵 리스트 신고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양측간 서로 까다로운 요구를 제시하는 동시에 타협과 양보를 거부한 결과 일정 취소와 합의 불발이라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 등에 대한 대가로 종전선언이나 평화선언, 인도적 지원,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상정했으나 북한은 경제 제재의 완전한 해제를 요구했다”며 “미국이 북한의 요구 수준을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영변 핵 시설’을 둘러싼 양측 간 인식 차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북한에선 핵 계획의 핵심시설이 모여 있는 ‘영변 핵 시설 폐기’는 사실상 핵 개발의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경제 제재를 풀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반면 미국에선 영변은 베일에 싸인 북한 핵 시설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한 측 오판과 양측의 준비 부족도 합의 불발의 원인으로 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를 과신한 것도 오산이었다”며 “국내적으로 곤경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이용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한국 전직 정부 관계자의 분석을 빌어 “(북한 측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큰 양보를 할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준비 부족을 부정할 수 없다”며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뒤 한달 반 동안 실무협상에서 회담 장소 등의 문제만 논의했다”면서 “가장 중요한 의제인 비핵화 논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실무협상이 부족했음에도 톱다운 방식의 정상간 담판에 과도한 기대를 한 게 아니냐는 평가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는 국내적 어려움을 외교적 성과로 상쇄하고자 했으나 (대북) 외교에서도 큰 실패를 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의 지렛대인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간 새로운 합의가 나올지 여부는 북한의 협상전략 재검토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기차를 타고 약 65시간에 걸쳐 하노이까지 왔는데 전혀 성과 없이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며 “당분간은 후원국인 중국이나 한국과 연대하면서 돌파구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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