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이 잘 안될 것 같으면 바로 협상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2차 하노이 회담에서 실제로 벌어졌는데, 미국 정부는 미리 그럴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기대와 달리 아무런 합의 없이 막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 앞서 '협상 결렬' 카드도 미리 준비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필리핀 방문을 위해 전용기 편으로 이동하면서 기자들과 만나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같은 나라는 최고 지도자들이 큰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회담에 큰 결정들 중에서 여럿을 가지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두 지도자가 함께할 기회가 생길 때까지는 어떤 것이 채택될지 모르기 때문에 많은 준비작업을 했다"면서 "이번 결과(this outcome)의 가능성도 준비가 돼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원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한 마지막 카드로 회담장에서 걸어 나오는 것도 미리 검토했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20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회담 취소 결정을 내려 주도권을 거머쥔 트럼프식 협상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정상회담 2일 차인 이날 오전까지도 회담 전망을 어둡게 보지는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아침까지도 희망적이었다. 우리는 다시 만나, 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지를 살폈고 실제로 진전을 이뤘다”며 “그러나 여전히 그것은 먼 길이고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종 단계에서 공동성명 서명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진전을 이루길 희망했는데 (결과는) 그러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이 그(회담 결렬)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록 당장은 아니라고 했지만, 실무협상을 재개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미)양측은 성취하려고 하는 것 사이의 충분한 일치를 봤기 때문에 대화할 이유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노이에서 정상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낙관적"이라며 "앞으로 며칠, 몇주 안에 다시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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