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자다가 뛰어나와… 국내언론 본보 등 5개사만 참여
☞영상 주소는 https://youtu.be/syso00smDAk
북한이 28일(현지시간) 밤 늦게 베트남 하노이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을 위해 기자들을 불러모은 건, 같은 날 회담이 북미 정상 간 핵 담판이 결렬된 지 약 10시간 만이었다.
이날 북측 대표단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는 밤 11시 30분쯤부터 미국계 통신사, 베트남 관영 언론 기자 등이 속속 로비에 도착했다. 본보 취재진도 국내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베트남 외교부로부터 기자회견 전화 공지를 받았다. “1일 0시에 북측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니 어서 멜리아 호텔로 가라”는 내용이었다. 북측이 이번 회담 결렬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호텔 인근에 취재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회견장에는 국내 언론은 본보를 비롯해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등 5개사만 참여했다.
현장에선 북측 언론 대응 및 경호 인력 10여명이 로비 내 설치된 보안 검색대에서 기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했고, 베트남 외교부의 레 티 투 항 대변인 등 관계자 다수가 현장에서 조율 역할을 했다. 현장에 있던 북측 관계자는 ‘어느 나라 취재진을 불렀냐’는 질문에 “미국, 북조선, 남조선, 여기(베트남) 등등”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러나 누가 기자회견을 주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전에 공지 않아, 한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돌았다. 김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 관계자는 “위에서 하는 것이다”고만 답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지시해서 열린 것이냐’고 묻자 “모든 것은 지시 하에 진행된다”고 말했다.
북측은 뒤늦게 소식을 듣고 현장에 도착한 기자들이 몰리자 간소한 신원 확인을 거친 후 입장을 허가했다. 급하게 회견이 마련된 만큼 북측 인력들도 20여분동안 다소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북측은 호텔 로비에서 취재진의 국적과 소속사, 이름 등을 일일이 기재했다. 곧이어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이 0시 13분 회견장에 도착하면서 공식 기자회견이 시작했다. 리 외무상은 외투 안 주머니에서 A4용지에 작성된 입장문을 꺼내 통역자와 번갈아 가며 발언했다. 이어 최 부상이 질의응답을 받을 때까지 기자회견은 약 15분간 진행됐다. 최 부상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등 북측이 민감하게 여기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긴박하게 열린 기자회견이 끝나자 북측 관계자들은 ‘성황리’에 북측의 입장 표명을 마친 데 대해 만족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수행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함구했지만 일부는 미소를 띠며 인사에 화답했다.
하노이=김정원 기자ㆍ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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