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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깨기 싫다? 북한, 결렬 언급ㆍ대미 비난 없이 ‘하노이 담판’ 보도

입력
2019.03.01 09:51
수정
2019.03.0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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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통신 “생산적 대화 이어가기로… 새 상봉 약속하며 작별인사” 

 “이런 기회 안 올 수도”… 리용호ㆍ최선희 회견 내용 거론 안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1∼2면에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고,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전날 양측이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전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1∼2면에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고,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전날 양측이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전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이 결렬 사실 언급 없이 북미 정상 간 하노이 담판 둘째 날 소식을 전했다. 대미 비난도 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면과 주민들의 동요 가능성을 의식한 듯하다.

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ㆍ확대 회담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쌍방이 기울인 노력과 주동적인 조치들이 두 나라 사이에 수십여년간 지속된 불신과 적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나가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는 데 대하여 (두 정상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역사적인 노정에서 괄목할 만한 전진이 이루어졌다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조미(북미)관계 개선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데서 나서는 실천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건설적이고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도출한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현재 단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한 상대방의 입장을 듣고 그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부연했다.

또 양국 정상이 “조미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나가는 여정에서 피치 못할 난관과 곡절이 있지만 서로 손을 굳게 잡고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여 함께 헤쳐나간다면 조미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더욱 두터이 하고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 길을 오가며 이번 상봉과 회담의 성과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데 대한 사의를 표하고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 보도 내용은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그대로 실렸다. 13장의 사진과 함께 1~2면에 관련 기사가 게재됐다. 사진 속 김 위원장은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거나 대화하며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이 회담 결렬 사실을 거론하지 않은 건 김 위원장이 평양을 떠날 때 대대적으로 알린 회담에서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는 게 대내에 알려질 경우 김 위원장의 권위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여겨서인 것으로 짐작된다.

판을 깰 의향이 없다는 속내도 보도에서 드러난다. 이날 오전 6시 10분쯤 출고된 중앙통신 기사에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약 4시간 전 하노이에서 자청한 기자회견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회견은 회담 결렬 책임을 북측에 전가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기자회견에 대한 반박 성격이었다.

회견에서 리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 달리 북측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히며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최 부상은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이런 조미 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제가 받았다. 다음 번 회담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북미 간 대화가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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