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통신 “생산적 대화 이어가기로… 새 상봉 약속하며 작별인사”
“이런 기회 안 올 수도”… 리용호ㆍ최선희 회견 내용 거론 안해

북한이 결렬 사실 언급 없이 북미 정상 간 하노이 담판 둘째 날 소식을 전했다. 대미 비난도 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면과 주민들의 동요 가능성을 의식한 듯하다.
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ㆍ확대 회담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쌍방이 기울인 노력과 주동적인 조치들이 두 나라 사이에 수십여년간 지속된 불신과 적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나가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는 데 대하여 (두 정상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역사적인 노정에서 괄목할 만한 전진이 이루어졌다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조미(북미)관계 개선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데서 나서는 실천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건설적이고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도출한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현재 단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한 상대방의 입장을 듣고 그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부연했다.
또 양국 정상이 “조미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나가는 여정에서 피치 못할 난관과 곡절이 있지만 서로 손을 굳게 잡고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여 함께 헤쳐나간다면 조미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더욱 두터이 하고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 길을 오가며 이번 상봉과 회담의 성과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데 대한 사의를 표하고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 보도 내용은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그대로 실렸다. 13장의 사진과 함께 1~2면에 관련 기사가 게재됐다. 사진 속 김 위원장은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거나 대화하며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이 회담 결렬 사실을 거론하지 않은 건 김 위원장이 평양을 떠날 때 대대적으로 알린 회담에서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는 게 대내에 알려질 경우 김 위원장의 권위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여겨서인 것으로 짐작된다.
판을 깰 의향이 없다는 속내도 보도에서 드러난다. 이날 오전 6시 10분쯤 출고된 중앙통신 기사에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약 4시간 전 하노이에서 자청한 기자회견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회견은 회담 결렬 책임을 북측에 전가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기자회견에 대한 반박 성격이었다.
회견에서 리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 달리 북측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히며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최 부상은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이런 조미 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제가 받았다. 다음 번 회담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북미 간 대화가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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