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합의를 거부하고 워싱턴 귀환 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과 중동ㆍ베네수엘라 정책 등에서 강경 자세로 전환할 태세를 보였다. 측근의 배신 등 국내 정치의 어려움을 외교ㆍ안보로 풀어보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가던 중 중간 기착지인 알래스카 앵커리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28일(현지시간) “미국은 갈등을 추구하지 않지만, 만약 우리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면 싸울 것이고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병 200명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A통신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연설 내용과 관련, AP는 "미국의 적들에 대한 경고"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연설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관련한 북한 측의 주장에 대해 직접 반응하지는 않았다며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미사일 방어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고, 미국의 적들에 대해 광범위한 경고를 보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연설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차지했던 시리아 내 영토와 관련, "IS가 차지했던 영토의 100%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해당 지역의 90%, 92%를 되찾았다는 말을 들어왔다면서, "이제 우리는 100%를 차지했다. 100% 칼리프(이슬람교 왕국)"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IS 격퇴전을 수행 중인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코바니 총사령관은 이날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서 1주일 안에 완전한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차이를 보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협상 결렬 가능성도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 한 기자회견에서 회담 결렬 상황에 대해 설명하다가 "중국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특별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아주 잘하고 있다. 지켜보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나는 협상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중국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 만족스러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이 결렬된 것처럼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중단시킬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압박한 것이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동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章家敦) 변호사는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이것(하노이 회담 결렬)이 중국에 (협상 전략의) 재평가를 요구하는 순간이라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언제든 '나쁜 합의(bad deal)’를 박차고 나올 수 있음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을 중국 측에 여실히 보여줬다고 평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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