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최선희, 한밤 기자회견 열고 트럼프 대통령 주장 반박
“영변 핵 단지, 미국 전문가 입회 하 영구 폐기 제안”
“2016년부터 채택된 5가지 결의안 중 민수 경제 항목 해제 요구”
사실상 트럼프 정부의 ‘최대 압박’ 캠페인 폐기 요구에 미 거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일 하노이 회담 결렬과 관련해 “지난 시기 없었던 영변 핵 단지를 통째로 폐기하는 제안을 내놨음에도 부분적인 결의도 해제하기 어렵다는 미국의 반응을 보며 국무위원장께서 앞으로 조미 거래에 의욕을 잃지 않으실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이날 0시 14분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묵고 있는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 부상은 그러면서 “우리가 제안한 것은 영변 핵 단지 전체에 대한 영구적인 폐기”라며 “실행할 때는 (미국) 핵 전문가들이 와서 입회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요구는) 2016년부터 취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조선(대북) 결의 6건 중 2270, 2375호 등 5가지, 민생과 관련된 부분만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었다”며 “민수용, 민생용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을 뿐 군수용은 요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 부상은 “이러한 제안에 대해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며 “아직 다음 회담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2017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집중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는 석탄, 섬유, 유류 등 북한의 주요 수출입품을 제한해 북한 경제를 봉쇄하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해 사실상 트럼프 정부의 ‘최대 압박’ 캠페인의 폐기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는 트럼프 정부 입장에선 전면적인 제재 해제에 다름 없어 영변 핵 시설 폐기만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리용호 외무상도 북한의 요구 사항과 관련해 “이건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다”며 “이러한 원칙적 입장은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 미국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 밤 11시에 북측이 베트남 외교부에 “한국, 미국, 베트남 등 기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하며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현장에는 약 40여명의 기자가 참석했다. 해당 기자회견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시해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북측 관계자들은 당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주재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노이=송용창ㆍ정민승 특파원, 김정원ㆍ신은별 기자
▦이하 기자회견 전문
리용호=이번 제2차 조미 수뇌상봉 결과에 대한 우리 입장을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조미 양국 수뇌 분들은 이번에 훌륭한 인내력과 자제력을 가지고 이틀간에 걸쳐 진지한 회담을 진행하셨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제1차 조미 수뇌상봉을 통한 신뢰 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을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 모든 핵 물질 생산시설들을 미국 전문가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입니다.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 있어 보다 중요한 문제는 원래 안전담보 문제이나,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의 조치를 취하는 게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시한 것입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핵 시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표명했습니다. 이 정도의 신뢰 조성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은 더 빨리 전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습니다.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듭니다. 이런 기회 다시 오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에로의 여정에는 반드시 이런 첫 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량의 방안이 실현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 미국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질의응답
최선희=우리 외무상 동지가 한 기자회견에서 좀 물어볼 것 있으면 몇 가지 질문 받겠습니다. 회담과 관련한 문제만 국한하겠습니다.
-미국이 영변 상응조치로 어떤 것 바랐나
최선희=이번에 우리가 내놓은 안은 외무상이 밝힌 바와 같이 영변 핵단지 전체, 모든 플루토늄 우라늄 시설 포함한 핵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영구 폐기하는 데 대해, 역사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던 제안을 이번에 했습니다. 그 대신 우리가 미국에 요구한 것은 민생용 민수용 제재 다섯 건에 대해 해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제안한 5가지 제재 결의에서, 군수용은 아직 요구하지 않습니다. 인민 생활과 관련한 사항들에 대해 제재 해제 요구했을 뿐입니다. 결의 제재가 2016년부터 취한 대조선 결의가 6건이 됩니다. 그 중에서 우리가 2270, 2375호 등 다섯 개인데, 여기서 100%가 아니고 민생과 관련된 부분만 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우리가 제안한 것은 영변 핵 단지 전체에 대한 영구적인 폐기입니다. 여기서 실행할 때는 핵 전문가들이 입회하게끔 돼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수뇌회담을 옆에서 보면서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에서 하는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들어하시지 않았나, 이해가 잘 가지 않아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 시기 있어보지 못한, 영변 핵 단지를 통째로 폐기할 데 대한 제안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민수용 제재 결의, 부분적인 제재 결의까지 해제하기 어렵다는 미국측 반응을 보며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 조미 거래에 대해 의욕 잃지 않으시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직 다음 회담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제가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국의 핵 박사,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영변 핵시설 농축 우라늄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공장까지도, 거대한 농축 우라늄 공장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 영구적으로 되돌릴 수 없게 폐기할 데 대한 제안 내놨지만 미국 측의 대답이 호응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기회 다시, 미국측에 차려 지겠는지, 여기 대해선 장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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