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김혁철과의 연관성” 주목
주(駐)스페인 북한 대사관 괴한 난입 사건이 북한 요원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근무했던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의 연관성에도 전문가들은 주목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스페인 마드리드의 북한 대사관에 괴한이 침입, 직원들을 결박하고 4시간 가량 억류한 뒤 컴퓨터와 휴대폰 등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탈출한 여성이 이웃 주민과 함께 경찰에 신고하며 뒤늦게 알려졌던 이 사건에 대해 스페인 당국은 구체적 경위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 정작 괴한의 습격을 받은 북한대사관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입장이어서 사건 배후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인 엘 콘피덴시알은 북한이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괴한이 북한 측 요원일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먼저, 북미 간 핵협상의 북한 측 실무자인 김혁철 특별대표가 스페인에 근무하다 2017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급작스럽게 추방당하며 사무실에 자신과 북한 정권과 관련한 자료를 남기고 갔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민감한 정보들이 있었다면, 다른 대사관 직원들이 이를 보지 못하도록 요원을 보내 자료를 수거했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뜻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 특별대표가 믿을 수 있는 인물인지 알아보기 위해 요원을 보냈을 수 있다고 베넷 연구원은 추측했다. 서방에 근무하며 김 특별대표가 자유주의적 사상에 물들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요원을 보냈다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외교정책포커스'의 존 페퍼 편집장도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괴한들이 컴퓨터의 파일과 특정한 정보를 찾으려 한 점이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북한 외의 다른 국가가 이 사건의 배후에 있을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스페인 경찰은 이 사건을 정보부서에 배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단순 강도일 가능성과 특정 정보를 노린 세력에 의한 소행일 가능성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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