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3연임을 포기했다. 진행 중인 채용비리 재판을 우려하는 금융당국의 우회적인 압박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차기 은행장 후보로는 지성규 부행장이 단독 낙점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행장은 이날 열린 하나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함 행장은 2015년 9월 초대 하나-외환 통합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3년 6개월 만에 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하나금융 임추위는 지성규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새 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지 부행장은 연세대를 나와 하나금융지주 글로벌전략실장, 하나은행 경영관리본부 전무,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은행권의 대표적인 중국통이자 하나금융 내 글로벌 전문가로 통한다.
하나금융 임추위는 당초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사이 2∼3명의 복수후보를 추리고, 하나은행 임추위로 하여금 최종 행장 후보를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복수후보 명단에 함 행장이 포함되고, 결국 함 행장이 3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도 짙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지난 26일 하나금융 임추위 소속 사외이사 3명을 따로 면담해 함 행장 연임 관련 우려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감원은 사외이사들에게 하나은행 경영진의 법률 리스크가 은행 경영 안정성 및 대외 신인도를 훼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함 행장은 지난해 6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8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판결은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 중인 행장의 연임이 문제 없겠냐’는 논란과 ‘민간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치가 아니냐’는 논란이 공존하는 가운데 함 행장이 결단을 내린 셈이지만, 결국 당국의 압박에 물러선 모양새여서 당분간 관치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나금융은 이날 다른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후보도 확정했다. 하나카드 신임 사장에는 장경훈 현 KEB하나은행 부행장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신임 사장에는 김희석 전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을, 하나에프앤아이 신임사장에는 곽철승 전 하나금융지주 전무를 추천했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이창희 하나자산신탁 사장, 오상영 하나펀드서비스 사장, 민응준 핀크 사장은 유임됐다. 9개 계열사 CEO 후보들은 다음달 21일 개최되는 각 사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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