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휩싸인 멜리아 호텔, 삼엄한 통제 속 취재진만 북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 가졌던 담판이 결렬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다시 침묵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26일 오전 하노이 도착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27일 저녁까지 약 30시간 동안 두문불출한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북측 인사는 이따금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차는 회담 결렬 직후인 오후 1시30분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 들어왔다. 로비에 내린 김 위원장은 특별히 눈에 띄는 제스처 없이 경호원들에 둘러 쌓여 호텔로 들어갔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참모진들도 김 위원장을 따라 곧바로 숙소로 올라갔다. 김 위원장은 22층, 참모진과 수행원들은 20~22층 3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오후 6시40분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호텔로 들어오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목격됐다. “오늘 일정 끝났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묵묵부답,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엘리베이터 홀로 걸어갔다. 경호원 둘을 대동하고 있었지만, 접근하는 취재진을 별달리 제지하지 않았다. 26일 장면과는 상당히 차이가 났다.
이날 오후 8시에도 이에 따라 멜리아 호텔 주변에 대한 베트남 당국의 삼엄한 통제가 이어졌다. 도로 통제가 풀리지 않는 건 물론이고 곳곳에 배치된 경찰특공대원들도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시내에서 호텔로 연결되는 도로도 공안이 철통같이 통제,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멜리아 호텔에서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방향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취재진 40여명이 유사시를 대피해 밤 늦도록 대기했다. 반대쪽 방향 도로 역시 취재진 2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
경찰은 멜리아 호텔로 향하는 양쪽 방향 도로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신원을 철저히 살폈다. 신분증 또는 숙박증명서를 제시하면 입장이 됐다. 멜리아 호텔은 김 위원장 등 북측 관계자들의 숙소로 쓰이면서 숙박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이날 오후부터 다시 투숙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호텔 직원은 “막았던 것은 없다. 일부 손님이 예약을 취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곧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외부 활동을 자제한 가운데 북한 측은 담판 결과 정리 및 향후 대책 논의에 분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일정이 시작되는 1일 오전에는 예정된 동선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ㆍ신은별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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