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이 28일(현지시간) 합의 없이 ‘갑작스럽게’(abruptly) 결렬되면서 미국 주요 매체들도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렬 이유에 대해서는 이번 회담의 무게가 컸던 것에 비해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 마이클 코언의 의회 폭로로 인한 국내 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등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 눈에 띄는 진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 결렬은 사실상 “외교적 실패’(diplomatic failure)”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비핵화 협상 타결과 종전선언 관련 대화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하루가 갑작스럽게 아무런 합의도 없이 끝났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전 세계적 위협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됐던 판돈 큰 회담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둘러싼 대치(standoff) 때문에 ‘전혀 뜻밖으로’(stunning) 끝나 버렸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두 나라 간 회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뛰지 말고 걸어야 하는 시점(Sometimes You Have to Walk)’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강조하면서 ‘속도 조절론’을 언급했다. 앞서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서두를 것이 없다(No rush)”, “긴급한 시간표는 없다”면서 장기전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해왔다. 폭스방송은 ‘노딜의 기술’(The art of the no-deal)이라는 큰 제목 아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조건을 맞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말했다”라며 회담 결렬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CNN 방송에 출연한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미국 역시 실무 차원의 준비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윤 전 대표는 인터뷰에서 “여러 번 회담에 참여해 본 바로는 대개 많은 실무 작업이 필요하고, 앞서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번 같은 경우에는 준비가 매우 부족했고, 저는 그 지점을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매일 기준을 낮춰왔지만, 그것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미국내 정치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싱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전쟁 상황이 정상회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평했다. 윤 전 대표도 “현재 워싱턴DC에서 벌어지는 드라마 같은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회담 결렬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준비성,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무신경한 외교 스타일에 대한 의문을 높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해 6월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좋은 케미스트리’를 강조했지만, 과연 친밀감 만으로 실질적인 비핵화 과정의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계속 의문이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협상 결렬이 미국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밀리에 다른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영변(핵시설)만 다룬 합의로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을 인용해 “(협상이) 가망 없다고 판단했다면 정상회담을 포기하는 게 트럼프로선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천 이사장은 “나쁜 합의를 할 바에야 아예 합의를 안 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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