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북 제재 유지” 못 박아… 철도ㆍ도로 연결 사업 빨간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종료되면서 남북관계의 경색도 불가피해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신한반도체제’를 역설하며 의욕을 보인 남북 경협 사업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3월 말이나 4월 초로 거론되던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대북 제재 완화를 예상하며 남북 경협을 핵심으로 하는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피력했다. 북한 경제가 개방되면 주변국과 국제자본이 참여할 텐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철도ㆍ도로 연결과 경협 사업에서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완전한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대북 제재는 유지된다”고 못을 박으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 제재가 해제 또는 완화되지 않으면 남북의 독자적 경협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장 영향을 받는 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구상이다. 두 사업 모두 대북 합작사업을 금지하거나 북한에 벌크캐시(대량현금) 유입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내지 미국 독자 제재에 위배된다. 금강산관광 재개는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일부 해석도 있지만, 우리 정부는 “남북 경협은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합의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금강산관광은 유엔 제제와 무관하게 2008년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문을 닫았다.
청와대가 의욕적으로 준비하던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도 돌파구를 찾기 어렵게 됐다. 남북은 지난해 4ㆍ27 정상회담에서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합의하고, 남북 철도 관련 시설에 대한 공동 기초조사까지 마치는 등 사업 추진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현금과 장비의 반입이 필수적인 정밀 실태 조사나 측량 등을 위해선 대북 제재 완화가 필수적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양묘장 현대화 사업 등 남북 산림분야 협력도 당분간 추진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까지만 해도 3월 말 내지 4월 초에 김 위원장이 서울 땅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2차 핵 담판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비핵화 회의론이 비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뤄뒀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추진도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미 간 협상 타결이 전혀 되지 않았고 제재 해제도 안 된 상황이어서 남북 교류나 경협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조속한 시일 내 경협은 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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