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약속 믿는다” 발언에도 실무협상 당분간 불투명
북한 ‘벼랑 끝 전술’ 감행할 수도… 정부 물밑 중재 노력이 관건
27~28일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북미 대화가 향후 향방을 가늠하기 힘든 짙은 안개 국면으로 들어서게 됐다. 비핵화와 제재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현격한 입장 차가 정상간 담판을 통해서도 해법을 찾지 못해 북미 협상 교착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경우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 재개에 나서면 북미 대화의 판 자체가 깨지고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8일 합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협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며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남겨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노이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협상 전망에 대해 “계속 이 관계를 유지하고 어떻게 될지 볼 것이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로켓이나 핵 실험을 안 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말을 믿는다. 어쨌든 우리는 계속 협의를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서로 좋아하고 좋은 관계다”며 여전히 긍정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또 대북 제재 강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 제재가 강력하다. 더 강화할 생각은 없다"며 이번 합의문 도출 실패가 북한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폼페이오 장관도 “저는 아직 낙관적이다. 앞으로 수일 수주 동안 진전을 이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며 “더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진전만 가지고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논의 결과를 토대로 북미간 실무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간 협상이 얼마나 빨리 재개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으로선 그간 비핵화 조건을 깐깐히 내세워온 실무진들과의 협상을 꺼리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추구해왔기 때문에 당장 실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북한이 당장 대화에 응할 경우 굴욕적인 모습으로도 비쳐질 수 있어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북한이 핵ㆍ미사일 실험 재개에 나설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북미 대화의 전제로 핵실험 중단이란 기준을 제시해왔다. 그는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며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상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뜻을 거듭 피력해왔다. 이는 달리 보면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에 나서면 판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물론 북한이 실험 재개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이 스스로 핵ㆍ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상황에서 이를 다시 재개할 명분은 많지 않다. 가뜩이나 제재 완화가 급한 북한으로선 실험 재개시 유엔 안보리 제재가 더욱 강화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북미 관계뿐만 아니라 북중 관계와 남북 관계 모두 악화돼 다시 국제 ‘왕따’ 처지로 몰릴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과거와 같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벼랑 끝 전술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은 그간 제재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다”고 위협해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섰던 것처럼 북미 대화 재개의 다리를 놓기 위해 다방면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