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ㆍ27 전당대회로 나타난 주요 현상 중 하나는 거세진 여풍(女風)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말 보수정당 사상 처음으로 여성 의원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원내 사령탑에 오른 데 이어 전대에서도 3명의 여성 후보가 자력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되면서 달라진 여성들의 당내 위상을 입증했다.
28일 한국당에 따르면 전날 전대에서 선출된 여성 최고위원 수와 성적표는 ‘역대급’이다. 총 4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최다 득표를 차지한 조경태 의원에 이어 정미경 전 의원과 김순례 의원이 나란히 2, 3위를 기록해 지도부에 입성했다. 특히 이들은 당세가 강한 영남권의 재선 남성 의원들을 압도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와 함께 청년 최고위원에는 신보라 의원이 뽑혔다. 별도로 뽑는 청년 최고위원에 여성이 선출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로써 아직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1석을 제외한 한국당 최고위원 8자리 가운데 4자리가 여성 몫이 됐다. 한국당 사상 최고위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진 것은 처음이다. 이전까지 지도부 내 여성 비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김영선 전 최고위원 2명이 활동하던 2004년이다. 여성 할당과 관계없이 자력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경우도 앞서 두 사람을 비롯해 전여옥, 나경원, 이혜훈 전 최고위원 등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전대 결과를 두고 상대적으로 남성 중심 경향이 강한 보수정당에서도 이제 성별보다 개인 역량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여성위원장인 송희경 의원은 “과거에는 여성들이 당내에서 헌신하거나 돕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신보라 최고위원은 “남성, 여성에 관계 없이 메시지의 선명성이나 투쟁력에 높은 평가를 준 결과”라고 전했다.
‘여성 유리천장’이 깨진 데 대해 이날 당에서도 긍정 평가가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는 최고위원 남성 할당을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라며 “그만큼 우리 당이 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민경욱 의원도 초ㆍ재선 의원 혁신 모임 ‘통합ㆍ전진’에 참석해 “여성 의원들이 많이 진출한 것은 당의 선진적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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