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회견으로 본 막전막후….북미 협의는 계속 이어갈 것
“한미 군사훈련 중단한 이유는 매번 수억달러 막대한 지출 때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핵 담판 결렬 후 베트남 하노이 JW매리엇 호텔로 복귀,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은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비롯, 핵 리스트 신고 등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했으나, 북한은 이에 대한 준비 없이 대북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협상 상황이다.
그는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굳건한 관계를 갖고 있고, 어떤 문서에라도 서명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나 어떨 때는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지금이 그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주요 내용.
_제재 완화에 대한 북한 요구 때문에 회담이 결렬됐나.
“제재 때문이다. 북한은 완전한 제재 해제를 원했으나 미국은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북한은 상당한 비핵화를 할 준비가 돼 있었으나 미국은 전면적 제재 해제를 할 수 없었다.”
_회담이 결렬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인가. 북한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나.
“제 결정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제도 김 위원장이 로켓이나 핵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저는 이를 신뢰하고 믿는다. 저희는 계속 협의를 이어갈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북한 대표와 굉장히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여기서 합의를 체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_회담을 마무리 지으면서 분위기는 어땠는가.
“굉장히 좋았다.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갑자기 일어나 나온 것이 아니다. 악수도 했고, 서로 따뜻함이 있었다. 이 따뜻함이 유지되길 빈다. 앞으로 특별한 것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고 생각한다. 제 생각에 이런 문제는 과거에 이미 해결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에도 많은 과거 정부 관료들이 저에게 이런저런 주문을 했는데, 지난 정부는 8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지 않았나.”
_몇 달 뒤 전망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나.
“언제라도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오늘은 합의문을 서명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비판을 받더라도 경우에 따라선 회담장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서명은 적절치 않았다.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_김 위원장과 어떤 비핵화 선택지를 논했나.
“굉장히 여러 가지 방법을 논의했다. 핵 무기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큰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 큰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
_구체적으로 영변 핵 시설 얘기를 나눴나.
“그렇다. 나오지(신고하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
_추가로 발견한 시설이 우라늄 농축 시설 같은 것인가.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데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
_김 위원장이 영변 핵 시설 해체 용의가 있었나.
“그렇다. 영변 핵 시설 해체에 동의를 했다. 그러나 제재 해제를 원했다. 그러나 이것의 해체만 가지고는 미국이 원하는 모든 비핵화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농축우라늄(HEU) 등 기타 시설 해체가 필요했으나 김 위원장은 준비가 돼지 않았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와 관련, “일정표, 순서 문제도 있었다. 영변 핵 시설 해체 자체도 중요하지만, 미사일, 핵탄두, 무기 시스템 등 남아 있는 여러 요소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했다. 핵 리스트 신고에도 북한이 동의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_다음 정상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과 대화를 했나.
“안 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_북핵 시설 사찰과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과 논의했나.
“준비는 됐다.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북핵 사찰은 있을 것이다. 아직 일정표를 정하지는 않았다. 북핵 소재를 미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성공적인 사찰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_중국이 북한에 경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보나.
“중국은 (우리를) 많이 지원했다. 북중 접경 지역에서 북한 교역의 95%가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북한 경제에 영향력이 크다.”
_한미연합군사훈련은 재개하나.
“제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 이유는 수억 달러를 매 훈련에 지출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을 지켜주는 대가로 한국이 일정 부분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훈련이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문제가 있다. 필요할 수도 있지만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는 문제라 (유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훈련 유예 문제는) 아무도 안 꺼냈는데 제가 처음 제기했다.”
_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낼 메시지는 뭔가. 남북 경제협력이 제재 문제로 한계에 부닥쳤다.
“문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기자회견 직후 공군 1호기에 탑승, 문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할 것이다. 그 다음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많은 도움을 줬다.”
_미국 국내 정치 문제가 있다. 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당신을 인종차별주의자,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잘못된 발언이다. 사실이 아니다. 최대한 (미 의회 청문회) 증언을 보려고 했으나 바빠서 다 못 봤다. 이런 중요한 회담이 있는데 그런 발언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다음 주에 할 수도 있었지 않나. 옳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거짓말을 했다. 모두 거짓말이다. 여러분은 가짜 뉴스, 날조를 보고 있다. 물론 내가 러시아와 내통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 부분, 그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나머지는) 부끄러운 증언이었다.”
_오토 웜비어 가족과 개인적으로 친한 관계인 것으로 안다. 이번 주에는 김정은과 친구라고 했다. 김 위원장에게 웜비어의 사망과 관련한 언급을 했나.
“웜비어 사건은 굉장히 끔찍한 일이었다. 다른 인질들은 건강히 돌아왔는데 웜비어는 그러지 못했다. 김 위원장에게 이를 언급했다. 하지만 나는 김 위원장이 이런 일을 허용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용소엔 많은 사람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몰랐다고 얘기했고 나는 그를 믿는다.”
하노이=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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