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강제수용 정당’ 판결 확정
레미콘업체인 삼표산업이 백제 풍납토성 유적 복원을 위해 서울 송파구 풍납동 공장을 강제 이전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8일 삼표산업이 풍납토성 복원사업 승인권자인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사업인정고시취소 소송에서 삼표산업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의 국토부 승소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풍납토성의 역사적 가치에 비춰 이를 복원ㆍ정비하기 위한 사업은 공익성이 당연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표가 현재 소유한 풍납토성 서(西)성벽지구 7,500여㎡ 공장 부지는 풍남토성 관할 지역인 송파구에서 강제 수용하게 됐다.
풍납토성은 백제의 한성 도읍기(기원전 18∼475년) 때 왕성으로 추정된 곳이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중요유물이 출토돼 학계에 처음 알려졌다. 1997년 발굴조사 이후 다량의 백제 토기와 건물터, 도로 유적 등이 나왔고 너비 43m, 높이 11m 규모의 성벽이 확인돼 학계에서 백제 왕성으로 공인됐다.
이에 정부는 2000년 이후 풍납토성 인근 지역을 사적으로 지정하고 토성 복원에 필요한 5,000여억원을 들여 인근 토지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삼표 역시 송파구와 보상 협의를 시작해 2013년까지 공장 부지 2만1,076㎡ 중 64%(1만3,566㎡)를 435억원에 넘겼다.
그런데 삼표는 2014년 돌연 '이전 불가' 입장을 내놨다. 줄다리기가 이어지자 송파구는 공장 부지를 강제 수용하기로 했다. 송파구는 2016년 2월 국토부 승인을 받았고, 삼표는 3월 국토부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1월, 1심에선 현 공장 자리에 실제 성벽 등의 유적 존재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삼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그 해 9월 송파구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진행한 발굴조사 중 서성벽지구에서 성벽, 석축, 성문터 등이 새롭게 발견됐고 11월 2심에선 "성벽 또는 해자 시설의 복원·정비를 위해 근접 주변 지역 역시 수용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1심을 뒤집었다.
토지 수용의 주체인 송파구는 선고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송파구는 남은 공장 부지를 감정평가한 뒤 삼표와 보상금을 다시 협의할 계획이다. 다만, 삼표가 보상액에 이의를 제기하며 지방·중앙토지수용위원회 등에 재결을 신청하거나 행정소송을 할 수 있어 실제 수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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