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이 인도와의 무력 충돌로 영공 폐쇄 조치를 내리자 세계 각국 항공사들이 일부 항공편을 취소하거나 항로를 변경하고 있다. 카슈미르 분쟁 지역을 사이에 끼고 있는 두 핵 보유국 간 무력 충돌에 애꿎은 항공기 이용객들도 크고작은 불편을 겪고 있는 셈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군 대변인은 “인도와의 갈등이 고조돼 영공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민간항공관리국(CAA)도 트위터를 통해 다른 통지가 있기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영공을 폐쇄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전 세계의 항공사들은 파키스탄 상공을 지나는 비행편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우회 항로를 채택하고 있는 모습이다. 에미레이트항공과 카타르항공, 에어캐나다 등의 여객기가 대거 지연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인도ㆍ파키스탄 지역을 경유하던 싱가포르항공과 핀에어, 영국항공 등도 어쩔 수 없이 다른 경로를 택해야만 했다. 일부 항공사는 인도 서쪽 해안인 뭄바이 지역을 거쳐 더 남쪽으로 우회했고,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다른 항로를 택한 항공사들도 있었다.
태국 방콕에서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대만 에바항공 비행기에 탑승해 있던 알렉스 셰피텔은 영국 BBC방송에 “인도 북부 콜카타 지역에서 비행기가 갑자기 돌아섰다”고 전했다. 그는 “두어 시간쯤 비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도를 보니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면서 “비행기가 몇 차례나 상공에서 맴돌았고, (이륙했던) 공항으로 되돌아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인도 역시 이날 파키스탄이 자국 공군기 두 대를 격추하며 보복에 나서자, 인도 북부의 일부 공항을 잠시 동안 폐쇄했다. 이로 인해 한때 인도 국내 항공편 수십여기가 운항 취소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다시 공항 운영이 재개된 상황이다.
이처럼 인도-파키스탄 상공의 항로 운영이 불투명해지면서 항공사들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항공컨설팅 업체인 ‘마틴 컨설팅’의 마크 마틴 대표는 “매일 약 800여 대의 항공기가 인도-파키스탄 공중 회랑(항공기가 한 국가의 상공을 지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항로)을 이용한다”면서 “매우 중요한 비행길”이라고 로이터통신에 설명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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