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막을 내린 2018~19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스켈레톤 월드컵의 모든 대회서 시상대에 오른 윤성빈(25ㆍ강원도청)의 세리머니는 언제나 개성 없었다. 함께 시상대에 오른 다른 선수들은 헬멧을 허리춤에 끼거나 거꾸로 들기도 했고, 어떤 선수는 아예 빈 손으로 등장해 손에 쥐어진 꽃다발만 치켜들었지만 윤성빈은 꼭 한 손에 자신의 헬멧을 들어 보였다.
가장 매력 없는 듯하지만, 의미를 알고 보면 가장 뜻 깊은다. 윤성빈의 세리머니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꾸준히 썰매종목 선수들의 질주를 후원한 스폰서들에 대한 고마움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맹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장비 기술과 해외 코스 적응도가 성적과 직결되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들은 평창 올림픽 직후 몇몇 기업이 후원계약을 이어가지 않기로 하면서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썰매종목 선수들은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 개장 전까진 바퀴 달린 썰매를 타고 스타트 훈련을 하거나 어렵게 목돈을 마련해 전지훈련을 다니며 보릿고개를 겨우 넘었는데, 평창올림픽 이후 지원이 하나 둘 줄어드니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용(41)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총감독이 시즌을 앞둔 지난해 10월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 때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자신하기 어렵다”고 솔직히 털어놓은 이유도 여기 있다.
연맹 관계자는 “다행히 포스코대우, LG전자 등 기존 후원사들이 2022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지원을 이어가기로 결정해 지난해만큼은 아니더라도 훈련비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며 다행스러워했다. 윤성빈의 활약과 센스만점 세리머니에 후원사들도 미소 짓는다. 윤성빈이 이번 시즌 유일한 ‘올 포디움(all podiumㆍ전 대회 입상)’ 주인공이 되면서 그의 헬멧과 상의, 모자에 로고를 단 포스코대우, LG전자, KB금융그룹, 효성그룹, 휠라, CJ제일제당의 미디어 노출빈도는 단연 최고였다. 월드컵 시리즈를 마친 윤성빈은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리는 IBSF 세계선수권대회서 우승을 노린다. 남자 스켈레톤 경기는 오는 8일부터 이틀간 펼쳐진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