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차별 실태’ 증언
“임금은 비정규직의 절반 수준”
“최저임금 오르자 상여금 없애”
국내 최초의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 진수식에 참석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 방문한 지난해 9월 14일, 대우조선은 행사 보안 등을 위해 특수선 공장을 통째로 비웠다. 이날 정규직은 8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돼 정상 임금을 받았지만 하청 노동자들은 무급 처리가 됐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귀책으로 휴업을 시키면 임금 70%를 보전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한 것이다. 하청 노조가 법 조문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사측은 5.6시간(8시간의 70%) 분 임금을 줬다.
공장 주차장이나 탈의실 이용 등 복리후생과 임금에 있어 하청 노동자를 공공연히 차별한 현대제철 사례가 지난달 국가위원회의 시정 권고로 알려졌지만 현대제철의 원하청 간 차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금속노조,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의 주최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조업 간접고용 차별실태 증언 토론회’에 참석한 여러 하청노동자들은 다양한 차별 사례를 증언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박태규씨는 “산재 사망사고가 나서 노동부가 작업중지명령을 하면, 그 기간 동안 정규직은 휴업수당을 받지만 일당제 물량팀 노동자는 휴업수당도 못 받는다”고 증언했다. 2017년 5월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때도 하청노동자가 받아야 할 휴업 수당이 총 150억원이었는데 사고에 책임이 있는 원청 삼성중공업이 하청업체에 준 돈은 70억원 밖에 안됐다. 박씨는 “비옷과 장화, 동복 방한복도 정규직은 무상 제공되지만 하청노동자는 자기 돈을 주고 사야 하고, 도수가 있는 보안경도 하청노동자는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금 격차는 더하다. 11년째 정규직과 같은 공간에서 배관공으로 일하는 박씨는 지난해 세전 임금 총액이 2,970만원으로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었다. 원래도 정규직 절반 수준이었던 상여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하청업체가 아예 없애 버렸다고 한다.
12년차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인 목수조씨는 연봉이 약 4,000만원으로 같은 연차 정규직의 45%에 불과하다. 정규직 수준의 복리후생은 언감생심이다. 목씨는 “정규직은 자녀 대학 등록금까지 100% 지급하고 의료비도 지원하지만 하청은 자녀 대학 입학 시 한 자녀에 한 해 100만원을 주는 게 전부이며 하청 근로자는 공장 주차장에 차도 댈 수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 출신의 하청업체 낙하산 사장들에게 2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주면서 비용 문제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는 게 하청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회사 사정을 감안하지 않는 건 아니다. 광주 자동차부품사 비정규직 지회의 정준현 지회장은 “현대 모비스나 현대 위아가 불법 파견을 하고 있음을 알지만 원청을 상대로 불법 파업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며 “하청 근로자를 전부 원청 수준으로 대우해 주려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하청 노동자들은 입을 모았다. 정 지회장은 “하청 노동자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차별을 조금씩이라도 줄여주려면, 정규직 사원과 연봉이 비슷한 힘없는 하청 사장이 아닌, 원청이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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