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조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기금운용 부문에서 10년 만에 손실을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출렁였던 2008년 이후 처음인데, 특히 국내외 증시 약세와 맞물린 주식 투자 손실이 전체 실적을 갉아먹었다. 국민연금이 투자금을 맡긴 위탁운용사들의 국내 주식 투자 손실이 특히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30년래 최악 수익률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기금 수익률이 -0.92%(손실액 약 5조9,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 당시 작년 잠정 수익률이 -1.5%로 보고됐으나 이후 대체투자에 대한 공정자산가치평가 등으로 최종 수익률은 -0.92%로 조정됐다.
투자 부문별로 보면 국내주식(-16.77%)과 해외주식(-6.19%)에서의 손해가 특히 컸다. 주식 투자에서의 손해를 대체투자(11.80%), 국내채권(4.85%), 해외채권(4.21%) 등이 만회한 구도다.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해외채권은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최소 수익률의 기준으로 삼은 ‘시장 벤치마크’에 비해서도 각각 1.27%포인트, 0.24%포인트, 0.15%포인트씩 더 낮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수익률은 또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자 2008년(-0.18%) 이후 두 번째 마이너스 수익률 기록이기도 하다. 안 본부장은 “전체 자산의 35%를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지난해 미ㆍ중 무역 긴장 지속, 부실 신흥국의 신용위험 고조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및 국내 증시가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7.7%),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3.5%), 네덜란드 공적연금(-2.3%) 등 해외 주요 연기금들도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주식보다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 수익률은 8.4%를 기록했다.
◇위탁운용사 부진도 한몫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금의 45%를 위탁 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저조한 실적도 수익률 부진의 원인이 됐다. 안 본부장은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한 국내주식은 실적이 양호한데, 위탁운용사 실적이 저조해 전체 수익률이 시장 벤치마크를 밑돌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장기투자자로서 포트폴리오를 통한 안정적 수익률을 지향하는데, 일부 위탁운용사는 종목 선정, 투자 비중 조정 판단에 부진한 면이 있다”며 “앞으로 운용사의 투자전략을 명확히 하고 종목 집중도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도록 개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 들어 국내외 증시가 회복되면서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은 2월 말 기준 4%를 초과하는 등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의 누적 수익률은 3%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해외ㆍ대체투자 비중을 더 높이고 국내주식 부문은 2023년 말까지 전체 자산의 15% 내외로 투자 비중을 낮출 계획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계속 불어나고 있어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이 줄어도 절대 투자액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안 본부장은 “앞으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를 통해 배당이 강화되면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향상될 여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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