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두와 박종팔, 백인철 등 미들급 전 세계챔피언의 계보를 이을 최고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달 23일 복싱매니지먼트코리아(KBM) 미들급 한국챔피언 벨트를 거머쥔 양현민(26·스타복싱클럽) 선수의 포부에선 자신감이 넘쳤다.
양 선수는 이날 경기 동두천 시민회관에서 열린 한국 미들급 타이틀 매치에서 이규현(수원태풍) 선수를 9회 부상판정승으로 꺾고 한국 챔피언에 등극했다. 프로데뷔 2년6개월만에 이룬 쾌거다. 이로써 양 선수의 프로전적은 8전 6승(5KO) 2패로 기록됐다.
지난 달 26일 포천시 대진대에서 만난 양 선수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주목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복싱부흥과 대중화를 위한 연구 활동에도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들해진 복싱의 인기를 되살리는 동시에 체육학자가 되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가 대학원에서 문화(스포츠)예술행정을 공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복싱은 근성과 끈기를 키워주는 매력적인 스포츠”라며 “예전 국민스포츠였던 프로복싱이 다시 대중에게 사랑 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특히 양 선수의 한국챔피언 등극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한 가운데 가져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역 프로복싱 선수인 그는 현재 대진대 공공정책대학원 행정학과(3학기)에 재학 중으로, 이 학과에서 조교도 맡고 있다. 1인3역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1인 3역을 수행해야 하다 보니, 그의 하루 일과는 언제나 빡빡하다. 매일 아침 5시30분 기상,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조교로 근무한다. 이어 밤 6시30분부터 3시간 가량은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주 8시간 수업과 논문, 연구활동은 기본이다.
쉽지 않은 하루 일과이지만 양 선수는 긍정적이다. 그는 “운동에만 전념할 수 없는 환경이라 아쉽지만, 현 상황이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며 “노력만이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아니겠냐”고 희망을 내비쳤다.
학교측에선 역경을 이겨내고 정상에 오른 양 선수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이면재 대진대 총장은 “양현민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며 “강건하고 기품이 있는 선수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