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감시대상 인물카드 6,264장 전량 입수
100년 전 일장기 위에 덧칠해 만든 진관사 태극기 표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100년 전 오늘이다. 서울에서 점화한 삼일운동의 불길이 순식간에 전국 각지로 번져나갔다. 거대한 민족적 저항을 경험한 후 일제의 탄압은 더욱 견고해졌다. 민중은 해진 태극기를 고이 접어 장롱 속, 주춧돌 밑에 숨겼고 자주독립의 열망은 가슴속에 품었다.
한국일보 뷰엔(View&) 팀은 일제에 의해 투옥되거나 수배 또는 감시를 받은 이들의 얼굴 사진 5,600장을 모아 하나의 태극기를 완성했다. 유관순, 안창호, 이봉창 등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부터 공출을 거부한 민초들까지, 초췌한 표정마다 나라 잃은 설움과 아픔이 담겨 있다.
☞모자이크 태극기 원본 이미지 보기 https://goo.gl/sthsLR
역사의 파편처럼 흩뿌려진 사진 조각들은 1919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진관사 태극기(작은 사진)를 표현한다. 군데군데 찢겨 없어지고 구멍 또한 무수히 났어도 일장기의 붉은 원 위에 먹물로 덧칠한 태극문양과 4괘만은 또렷이 남아 있는 태극기. 그 자체로 강렬한 저항의식과 극복 의지를 상징한다.
일제는 삼일운동 직후 주모자들을 탄압할 목적으로 이들의 사진과 인적 사항, 죄명 등을 기재한 일종의 신상 카드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보안법이나 치안유지법 등을 위반한 정치범, 즉 독립운동가들은 물론 단순 범죄자들을 체포 혹은 수감한 직후 경찰서나 형무소에서 사진을 촬영해 카드 앞면에 부착했다.
일제는 이 같은 감시 대상 인물카드를 해방 직전까지 제작, 관리했다. 1980년 치안본부(현 경찰청)는 해방 이후 보관해 오던 인물카드 전량을 국사편찬위원회에 이관했다. 카드에 등장하는 인물은 총 4,858명이지만 중복 투옥된 이들이 많아 카드 수는 6,264장에 달한다.
뷰엔팀은 이 중 사진이 부착된 카드 5,568장에서 인물의 정면 사진을 일정 비율로 크롭한 후 단체 사진에서 분리해 낸 개인별 사진 32장을 추가해 5,600장의 인물 사진을 확보했다. 태극기 이미지 제작에는 모자이크 제작용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했다.
진관사 태극기와 일제감시대상 인물카드는 항일독립운동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과 2018년 각각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 이미지 제공 = 국사편찬위원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