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불확실성 높다” 당분간 대외여건 지켜볼 듯
한국은행이 대내외 경기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점을 들어 당분간 기준금리를 유지할 뜻을 재차 밝혔다. 다만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시장 일각의 관측에는 “인하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한은은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7인 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로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두 차례 연속 금리 동결 결정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주재 후 기자회견을 갖고 “미중 무역분쟁,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성장 경로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의 금리 동결은 경기 하강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인 만큼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통화 긴축을 일단 보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한은의 연초 전망치(3.0%)에 크게 못 미치는 2.6% 성장에 그친 우리 경제는 올해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장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은 주력 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 여파로 이달까지 석 달째 내리막이고, 올해 첫 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만9,000명 늘어나는데 그치며 최악의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한은은 그럼에도 올해 성장률이 전망치(2.6%)에 부합할 걸로 내다봤다. 금통위는 이날 성명문에서 “건설투자 조정은 계속되겠지만 소비가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수출과 설비투자도 하반기로 가면서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걸로 내다본 것이다. 이 정도의 성장세라면 우리 경제 여건에 적합한 성장 수준인 잠재성장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다만 성장세를 떨어뜨릴 수 있는 대외 변수가 적잖은 만큼 한은은 당분간 금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협상은 타결 기대가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개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고, 연준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뜻을 밝혔지만 인상 방향 자체를 바꾼 건 아니다”라며 경계심을 표했다. 한은 내부에선 연준이 올해 한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그러나 금리정책 방향을 인하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수출, 고용 등)일부 경제지표가 다소 부진하지만 성장 경로가 전망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가계부채 또한 절대적 수준과 증가 속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