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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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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를 아시나요

입력
2019.03.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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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집 사람 전화번호가 뭐였지?”

최근 회사원 김모(40)씨는 집 계약 문제로 아내에게 전화를 하려다 전화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아 당황했다. 김씨처럼 당연히 기억해야 할 전화번호나 일정 등을 기억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이런 증상을 ‘디지털 치매’라고 말한다. 이준영 성모샘병원 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과거와 달리 집중력이 떨어지고, 하려던 말이 생각나지 않는 일이 번번하면 디지털 치매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면부족이나 마리화나 등 마약을 사용한 이들보다 과도하게 디지털 매체를 사용한 이들의 지능(IQ)이 저하됐다는 영국 런던대학 정신과 연구결과가 있을 만큼 디지털 치매문제는 심각하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과도하게 디지털 매체를 사용·의존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 기능이 저하돼 디지털 치매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매체를 사용할 때는 시각과 관련된 후두엽이 계속해서 자극을 받아 과활성화한다. 그러면 인지기능에 필요한 나머지 대뇌 부위는 활성이 줄어드는데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뇌의 변화가 유지돼 결국 주의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됨에 따라 손가락만 까딱하면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뇌 기능을 저하시킨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뇌도 다른 신체부위처럼 적절한 휴식이 필요한데 과도하게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면 뇌가 휴식을 취하지 못해 뇌 기능이 저하된다. 이 원장은 “뇌가 쉬지 않고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 분비한 신경전달물질이 뇌에 축적돼 피로감과 무기력을 느끼게 된다”며 “운동선수가 시합 전 불필요하게 체력을 소모하면 경기력이 저하되는 것처럼 과도하게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면 뇌가 지쳐 필요할 때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매 위험이 가장 높은 위험군은 뇌 성장이 덜 된 소아청소년들이다. 이 원장은 “우리의 뇌는 20대 발달을 마치게 되는데, 가장 늦게까지 발달이 지속되는 부분이 충동조절과 주의 집중력을 담당하고 있는 전두엽”이라며 “소아 청소년들이 디지털에 집착하게 되면 뇌 기능이 저하돼 본인의 잠재적 지능(IQ)에 비해 학업성과가 좋지 않아 우울과 불안이 커져 더욱 디지털에 집착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디지털 사용을 절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하고 평소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멍 때리기’도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 원장은 “디지털 기기를 잠시 내려놓고 뇌를 쉬게 하면 우리 뇌는 창조적인 활동을 다시 준비할 수 있게 된다”며 “멍한 상태로 뇌를 쉬게 하는 것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집중력 향상을 위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는 연습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업무 또는 학습시간에는 디지털 기기를 모두 끄거나 무음으로 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20분간 집중해야 한다. 이 원장은 “컴퓨터로 일을 한다면 창은 하나만 띄우고, 메신저나 필요 없는 인터넷 창은 닫아야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며 “20분간 일을 한 후 2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거나 가볍게 실내를 돌거나 심호흡을 하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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