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초등학교에 갑니다’ 책 낸 이진혁 남양주 창현초 교사
초 3ㆍ4 아들 아빠 경험도 살려 초등입학 앞둔 학무모에 조언
자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부모에게 3월은 잔인한 달이다. 새 환경에 적응하는 아이의 자존감을 세우고, 방과 후 일정을 짜고, 담임교사와 상담하다 보면 한 달이 금세 지난다. 입학 전 선행학습을 얼마나 시켜야 하는지, 학부모 반모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어떤 팁이 필요한지 일일이 걱정하다 보면 수험생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16년차 교사 이진혁(경기 창현초등학교·38)씨도 3년 전 똑같은 경험을 했다. 올해 초등 3,4학년이 되는 두 아들을 둔 그는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앞둔 2015년부터 자진해 초등 1학년 담임을 내리 2년 맡았다. 교사와 학부모 경험을 토대로 초등 1학년 학부모의 상황별 대처법을 조목조목 정리한 저서 ‘아들이 초등학교에 갑니다’(예담 발행)를 지난해 말 펴냈다. 최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이진혁 교사는 “오랫동안 교직 생활을 했지만 내 아이 초등학교 입학 때는 감회가 달랐다. 고개 푹 숙이고 학교 상담하러 온 학부모 심정을 확실하게 이해했다”고 말했다.
초등 입학 직후, 학부모의 불안은 아이의 생활 주기를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이씨는 “평일 저녁 6,7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어린이집, 유치원은 있지만 초등학교는 1학년 하교 시간이 12시 50분에서 1시 40분 사이”라면서 “3월은 돌봄교실, 방과 후 수업, 학원 등 하교 후 일정을 짜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자녀 하교에서 부모 퇴근까지 육아공백이 발생하는 맞벌이 부모가 3월 한 달 간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이유다. 이진혁씨 부부는 교사인 아내가 두 아이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2년간 육아휴직을 썼다.
아이가 낮잠을 잘 잤는지, 점심 반찬을 얼마나 먹었는지 일일이 확인해준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와 달리 초등학교 교사는 청유형의 ‘가정통신문’ 발송으로 고지 의무를 끝낸다. 이진혁 교사는 교실 창문으로 아이 수업을 지켜보는 것보다는 취침 전 불을 끈 상태에서 아이에게 학교생활을 물어보라고 권한다. 단순히 묻기보다 “아빠는 오늘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 “엄마는 오늘 옆집 누구랑 이런 일을 했어”하는 식으로 부모의 일과와 감정을 나누며 말을 유도하는 게 좋다.
말 수가 적은 아이라면 수다쟁이 아이를 둔 부모와 친해지는 게 정답이다. 정보 교류의 최전선인 학부모 반모임은 그러나, 아이 초등 입학을 앞둔 이들에게 최대 부담으로 작용한다. 해마다 입학철이면 전업맘이 워킹맘을 따돌리려고 ‘낮모임’을 주도하고, 이에 대항한 워킹맘이 ‘밤모임’을 연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너무 튀지도 옹색해 보이지도 않을 ‘입학식용’ 드레스코드와 브랜드 정보도 떠돌지만, 이씨는 “보통의 학부모 사이에서는 워킹맘과 전업맘이 물과 기름처럼 나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아이 성별에 따라, 부모의 성향에 따라 반모임이 나뉘는 경우가 더 많고, 초등 1학년 때 만난 학부모들은 아이의 ‘학교 적응’만을 관심사로 뭉쳤기 때문에 가장 끈끈하게 지속된다는 설명이다.
아이 입학 전 선행학습을 얼마나 해야할까. 이 교사는 “예습보다 복습이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2017년 교육과정 개정 후 초등 1학년이 “글자만 45시간을 배우기 때문에” 완벽하게 한글을 떼고 입학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건 자음과 단모음을 합쳐 음가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학 역시 숫자부터 가르친다. 혹여 유치원 때 척척 풀던 덧셈 뺄셈을 초등 입학 후 못한다면 “연산을 한 게 아니라 학습지 기호를 반복해 익힌 것”이기 때문에 미련 없이 앞 단계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 이진혁 교사는 “국어든 수학이든 예습보다 복습이 중요하다. 일부 학부모 중 ‘선행학습 필요없다’는 말만 믿고 있다가 2학기에 아이가 나머지 공부하게 되면 따지는 분들이 계신데, 배운 내용은 매일 복습해 완전하게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혁 교사는 “초등입학 앞둔 아이에게 키즈폰을 사주셔도 된다. 하지만 졸업 때까지는 절대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라”고 강조했다.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상담한 초등학생 상당수가 친구 험담과 욕설, ‘야동(야한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접했다.
초등 1학년 담임의 장점도 있다. 학생들이 서열에 대한 인식이 없고, 감정을 가감없이 표현하기 때문에 학생 신변 파악이 빠르다. 이진혁 교사는 “다만 감정을 자기중심적으로 왜곡해 기억하기 때문에 다른 아이와 다투거나 싸울 때, 학부모가 양쪽 의견을 모두 듣는 태도가 중요하다. 문제가 있을 때 담임에게 알려주는 것이 사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기가 생후 100일부터 통잠 자기 시작하잖아요. 이런 ‘100일의 기적’처럼 입학 후 6월에 접어들면 학생들이 안정권에 들어갑니다. 그때까지 딱 한 가지만, 등교 전 아이 다그치지 않도록 신경 써주세요. 아이의 아침 컨디션이 하루 학교생활을 좌우합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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