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로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1.50→1.75%)한 이후 두 차례 연속 금리 동결 결정이다.
이날 결정은 경기 하강 우려가 높은 상황인 만큼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통화 긴축을 당분간 보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한은이 연초 전망했던 3.0%에 크게 못 미치는 2.6%에 그친 데다가, 성장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도 지난해 12월 이래 석달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등 우리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대외 변수도 산적한 상태다.
이 때문에 한은은 그간 당분간 금리를 올릴 뜻이 없다는 신호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경제 여건을 보면 우호적인 게 별로 없다”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물가 상승률이 당초 전망을 밑돌 것”(실제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7%에서 1.4%로 하향조정)이라며 금리 인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비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2015년 말부터 유지해온 금리 인상 기조를 종료할 방침을 밝힌 것도 한은의 금리 동반 인상 부담을 한결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연 2.25~2.50%)가 우리보다 최고 0.75%포인트 높은 ‘금리 역전’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시장 일각에선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올려 금리차가 더욱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대량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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