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상의 말 한 마디, 손짓 하나가 뉴스가 된다. 하물며 세계 최강국의 정상인 미국 대통령의 외국 방문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비록 이번 행사의 주연은 북한과 미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도 회담을 갖고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전쟁 상대에서 중요한 교역 상대로 거듭난 두 국가 정상의 만남이 미ㆍ베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양국 국가원수간의 첫 만남은 1969년 7월이었다. 현재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의 전신인 북베트남이 아닌 남베트남의 응우옌반티에우 대통령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만났다. 베트남 전쟁이 진행 중이었던 시기인 만큼 당시 닉슨 대통령은 파병 미군들을 만나는 일정을 소화했다. 닉슨의 베트남행 3년 전과 2년 전에 린든 존슨 대통령 역시 파병군 격려차 베트남을 방문했지만 베트남 정상과 만나지는 않았다.
베트남 전쟁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었다. 현재의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클린턴 정부는 90년대 들어서 온기가 돌기 시작한 미ㆍ베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1991년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미군 실종자 수복을 위한 주베트남 사무소를 설치하며 베트남에 첫 미국 정부 기관이 들어섰다. 이후 정권을 잡은 클린턴 정부는 1994년에 무역제재를 해제하고, 1995년에는 국교정상화 발표 후 주베트남 미 대사관을 설치했다.
2000년 7월에 베트남과 양자무역협정을 체결한 클린턴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 베트남을 전격 방문하며 미ㆍ베 관계를 공고히 했다.
클린턴의 베트남 방문 6년 후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참석 직후 베트남으로 향했는데, 부시 대통령 역시 APEC을 계기로 베트남을 찾았다. 2006년 APEC 개최지가 베트남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에 체결한 미ㆍ베 양자무역협정이 이 해 결실을 맺었다. 2006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는 2007년 1월부로 베트남을 정회원으로 승인했다. 이에 미국은 12월 베트남에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을 부여했다.
2016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분짜와 맥주’ 사진으로 인해 자주 회자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에서 열린 G7 회의 전에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이는 당시 중국의 군세 확장을 견제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중국의 군세 확장으로 영토 갈등을 빚고 있던 베트남과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하며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베트남은 오바마 정부 당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미국은 TPP에서 탈퇴했지만 베트남은 아직 회원국으로 남아있다.
오늘 오전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에도 베트남을 방문했었다. 부시 대통령처럼 APEC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쩐다이꽝 당시 베트남 국가 주석과 만난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유일하게 2명의 베트남 정상과 만난 대통령이 됐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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