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행단이 27일 첫 방문지로 할롱베이와 하이퐁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북한의 발전 모델로 베트남을 거론한 데에서 보듯, 북한 입장에선 베트남의 개혁ㆍ개방 성과와 경제성장의 실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북한 측의 최우선 관심사는 역시 ‘경제’라는 얘기다.
◇대표적 관광지 할롱베이… 北관광산업 활성화 도모
김 위원장의 핵심 참모들이 이날 오전 방문한 할롱베이는 베트남의 대표적 관광지 가운데 한 곳이다. 하이퐁 동북쪽 꽝닌성에 있는 이 곳은 3,000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기암괴석과 섬으로 유명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1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됐다.
특히 김 위원장의 조부이자 롤모델인 고(故)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1964년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들러 선상투어를 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번 베트남 방문 때 김 위원장이 김 전 주석의 전례를 따라 북한 평양에서부터 전용열차를 타고 65시간 이상 4,500㎞ 거리를 이동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이후 그가 방문할 가능성도 크다.
김 위원장 수행단은 이날 이곳에 있는 유람선 가운데 가장 큰 최신형의 선박을 타고 주변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으려는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베트남을 찾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이 곳을 방문,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퐁 산업단지 내 ‘베트남의 삼성’ 빈그룹도 찾아
할롱베이 관광을 마친 김 위원장 수행단은 꽝닌성 당서기 및 인민위원장이 마련한 환영오찬에 참석한 뒤, 오후 들어 하이퐁으로 향했다. 베트남 북부 최대의 항구도시다.
하노이 동쪽의 항구도시 하이퐁은 수도 하노이와 호찌민, 다낭, 껀터와 함께 베트남의 5대 직할도시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부터 해상무역의 거점이었다. 한국 LG전자를 비롯,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과 현지 기업들이 대규모 산업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하이퐁에 도착한 북측 인사들이 찾은 장소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그룹’의 계열사 세 곳이다. 베트남의 첫 완성차 업체인 ‘빈패스트’가 첫 방문지가 됐다. 빈패스트는 올해 9월 세단 차량인 ‘LUX A2.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LUX SA2.0’ 등을 출시한다는 목표를 갖고 본격 양산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수행단은 이후 ‘빈스마트’와 ‘빈에코’도 잇따라 방문했다. 휴대폰 제조기업인 빈스마트는 지난해 12월 자체생산한 스마트폰 ‘V스마트’를 시장에 출시했다. 빈에코는 그룹의 농장에 해당하는 회사다. 이 밖에도 빈그룹은 부동산개발과 유통, 병원, 학교 등의 분야에서 문어발식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베트남의 삼성’이라고도 불린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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