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로켓맨’에서 ‘친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내 친구’라 추켜올렸다. 그러나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김 위원장을 ‘꼬마 로켓맨’이라 조롱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뒤 계속 김 위원장을 띄우고 있다. ‘김 위원장을 만나 영광스럽다’라고 말하거나, 트위터를 통해 “내 친구 김정은은 역사상 어떤 나라도 가지지 못한 대단한 기회와 잠재력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핵 위기가 고조됐던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꼬마 로켓맨(김정은)이 자살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미치광이’, ‘독재자’ 라고 종종 김 위원장에 막말을 퍼부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겁먹은 개가 더 크게 짓는다”며 “나는 이 노망난 늙은이를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응수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칭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위대한 인격에 매우 똑똑하다”라며 “이번 회담에서 그가 매우 재능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됐다”고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이후 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도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수 차례 친서를 전달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진 사이’라고 말할 정도로 두 정상의 관계가 ‘브로맨스(남성 간의 애정)’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는 만족스러운 협상을 위해 대외적으로 관계 개선을 과시하려는 의미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우정’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며 “이는 유화책을 통해 비핵화 진전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