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장기(臟器) 기증비율로 고민하던 영국이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정책 변경에 나섰다. 내년부터는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잉글랜드의 모든 성인을 잠재적 장기기증자로 간주하는 법안이 26일(현지시간) 영국 의회를 통과했다. 이른바 ‘맥스와 키이라’ 법이 도입되는 것이다.
BBC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2017년, 아홉 살 난 영국 소녀 키이라 볼은 교통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키이라의 부모는 전염병으로 인해 심장마비에 걸린 소년 맥스 존슨에게 키이라의 심장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동갑내기 어린이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영국 내에 장기기증 활성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맥스와 키이라’ 법 통과 덕분에 매년 700명이 장기를 기증받아 새 삶을 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웨일스 지역은 2015년부터 성인 대부분을 예비 장기기증자로 간주해 왔지만 지금까지 잉글랜드 지역은 생전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힌 이들만 장기기증이 가능한 ‘옵트-인(opt-in)’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6일 법안 통과로 2020년 봄부터는 사후 장기기증 불허 의사를 밝힌 사람을 제외한 모든 성인을 장기기증자로 간주하는 ‘옵트-아웃(opt-out)’ 제도가 시행될 전망이다. 최근 스코틀랜드 의회도 비슷한 제도를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할 것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옵트-아웃(opt-out) 제도만으로는 장기기증을 활성화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질적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기기증이 활발한 스페인에서는 1979년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모든 성인을 장기기증자로 상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게 효과를 봤지만, 여전히 ‘옵트-인’ 시스템인 미국의 경우 장기 기증문화가 더 확고하게 정착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제도 변화는 시작일 뿐 진정한 변화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6,000여명의 환자가 장기 기증을 기다리고 있으며, 작년에만 400명이 장기 기증을 기다리다가 숨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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