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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3연임 놓고 금융당국-하나금융 ‘갈등 2라운드’… 김정태 회장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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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3연임 놓고 금융당국-하나금융 ‘갈등 2라운드’… 김정태 회장의 선택은

입력
2019.02.28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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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KEB하나은행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음달 두번째 임기가 끝나는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3연임 문제를 놓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그룹이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내심 함 행장의 연임을 바라는 하나금융과 반대로, 금융당국은 채용비리 재판으로 거취가 불확실한 함 행장 연임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미 지난해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싸고 한 판 기싸움을 벌였던 양측이 2라운드 링에 오른 셈이다. 시장은 1라운드를 ‘KO승’으로 장식한 김정태 회장이 이번에도 정면돌파를 선택할지 주목하고 있다.

◇하나금융 압박 나선 금감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에서 (함 행장의 채용비리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률 리스크를 잘 살펴 달라고 (하나금융 측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날 금감원 관계자들이 하나금융 사외이사 3명을 따로 만나 함 행장의 연임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사실을 공식 재확인한 것이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혹시 있을지 모를 대형 시중은행장 ‘궐석’ 가능성 때문이다. 함 행장은 △지난 2015년 신입 공채에서 지인으로부터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잘 봐줄 것을 지시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2015년과 2016년 공채를 앞두고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1로 해 남자를 많이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작년 6월 기소돼 8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올해 하반기 쯤으로 예상되는 1심 선고에서 함 행장이 만일 실형을 선고 받으면 은행장의 거취가 흔들리며 은행 경영과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우려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는 밝힐 수 없지만 적어도 사전에 리스크 요인을 주지시키는 건 당국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금융사 이사회 멤버를 따로 불러 만난 것을 두고 시장은 사실상 ‘연임 불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함 행장만한 인물 없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함 행장만한 인물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두 차례 임기 중 하나ㆍ외환 통합 은행을 무난하게 이끌었고, 최근 2년 연속 순이익 2조원을 넘기는 등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을 거뒀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재판 결과를 가정해 특정인을 배제하라는 당국의 입장 표명이 ‘지나친 경영 간섭’이나 ‘관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나금융 측도 △확정판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므로 그때까지는 무죄 추정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은행장이 금고 이상 실형을 받을 경우 자동 면직되기 때문에 이미 마련된 자체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최근 함 행장 관련 논란이 확산되면서 하나금융과 김정태 회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지난달 함 행장이 겸직 중인 지주 부회장직을 1년 연장한 것 등을 두고, 금융권에선 김 회장이 함 행장의 3연임을 그대로 추진할 거란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하나금융은 이미 작년 당국의 압박을 정면돌파 한 전례도 있다. 지난해 1월 하나금융 차기 회장 후보 3명에 김정태 당시 회장이 포함되자, 당국이 ‘셀프 연임’이라며 공개 비판했지만 하나금융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양측이 대립하는 과정에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 사장 재직 때 특혜 채용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중도 사퇴하기도 했다.

다만 당국과 또 맞서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해 기류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는 김 회장 자신의 거취가 달려 정면대결도 불사했지만, 이번에는 굳이 갈등을 무릅쓰기 보다 함 행장이 지주 부회장직만 유지하게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28일 10명 안팎의 하나은행장 후보군 중 2명을 압축해 하나은행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임추위는 여기서 최종 후보를 결정하고, 3월 주주총회(22일 이전)에서 차기 은행장이 선임된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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