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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석 위 성역으로 군림하며 위기 자초… “사법개혁 고삐 죄어야”

입력
2019.02.28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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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재판, 위기의 사법부] <4>위기 진단과 해법 

 법원만 권위적인 면모 못 벗어나… 사법농단 사태에 재판마저 흔들 

 “국민참여재판 확대 등 해법, 김명수 대법원장 개혁 결과물 빨리 내야” 

[저작권 한국일보]법조비리 전반에 대한 일반인 인식. 그래픽=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법조비리 전반에 대한 일반인 인식. 그래픽=신동준 기자

법원 판결이 여론과 크게 어긋나거나 판사 또는 심급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와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일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법부의 널을 뛰는 듯한 1심과 2심, 복불복이 된 법정구속, 법 감정을 무시한 판결 논란 등은 좀 더 구조적 문제들이 맞물려 있다는 것이 법조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민의 법리 이해나 의식 수준은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데 비해 사법부는 여전히 자신들만의 ‘구태의연한 캐슬’에 갇힌 현실 인식의 괴리가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법농단 사태에서 확인되듯이 사법부는 여전히 스스로를 ‘법대(法臺) 위의 성역’으로 인식하면서 사법부 또한 비판과 견제라는 민주적 통제의 대상일 수 있다는 시대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시선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민주화 이후 다른 정부기관들은 이른바 대국민서비스가 좋아졌는데, 법원은 지나치게 권위적인 면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사법부가 판결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해설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과거에는 법 해석과 집행이 권력기관만의 몫이었지만 국민들의 법의식이 높아지고 정보접근이 쉬워지면서 사법 영역에도 민주주의가 깊어지고 있다는 징표”라고 해석했다.

법률이나 법 해석 자체가 급격한 시대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한 임원은 “판사들이 법적 안정성만을 중시하며 시대와 동떨어진 판결을 내놓았던 것들이 하나씩 쌓여오다 폭발적으로 분출한 것이 사법농단 사태”라고 진단했다. 법률이 시대변화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을 무시할 수 없지만 법관들이 여기에 과도하게 안주한 채 적극적 해석을 방기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른바 ‘널뛰기 판결’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감안해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유무죄에 대해서는 법정에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엄격하게 내린 결정인 만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양형은 형벌의 예방이나 재발방지 효과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법부 최대의 위기라는 사법농단 사태 와중에 재판마저 흔들리면서 사법신뢰가 바닥을 친다는 데 있다. 해법은 사법부 스스로의 쇄신 노력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사법농단 사태에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됐던 사법관료화의 근본적 수술은 물론, 재판이 복불복이 되지 않도록 1심 단계의 심리부터 강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핵심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한상희 교수는 “사법 전반에서 국민들의 참여를 높이는 것이 핵심적인 해법”이라며 “국민참여재판 확대와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 조직 신설,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 등 사법개혁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개혁 속도도 문제삼고 있다. 사법부 대전환기를 맞아 숱한 개혁과제를 천명했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초동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 자문기구로 활동했던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권고에 따라 올해 초부터 판결문 공개범위가 확대되면서 사법서비스 접근이 크게 개선됐다”며 “사법발전위 권고사항 중 절반이라도 실행에 옮겨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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